제16대 한국벤처캐피털협회(VC협회) 협회장 선거 결과를 두고 다수 업계가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그러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의 협회장 당선이 주류와 비주류, 대형사와 중소형사, 구세대와 신세대 간 각종 갈등이 터져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비주류, 중소형, 신세대에 속한 이들이 기존 세력의 출자자(LP) 자금과 주요 네트워크 독점에 불만을 품었다는 이야기다.
이번 선거에는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등 4인이 출마해 협회 창립이래 최초로 다자 경선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김학균 대표가 협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때 김 대표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중소형사 출신에 젊은 대표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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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VC 협회장 선거는 회장사 내 주류와 비주류 세력 간 파벌 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결과라는 평가다. 협회 고위직인 회장사와 부회장사 사이에서도 파벌이 존재하는데 서로 힘겨루기를 하기 위해 각자 추천하는 후보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해석이다.
국내 VC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전까지 한 사람을 협회장으로 추대하는 방식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회장사·부회장사 사이에 파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이번 선거의 경우에도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주류 쪽 사람이고, 비주류 파벌에서 젊은 층을 사로잡고자 내세운 후보가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라고 이야기했다.
최종 후보 두 명인 송은강 대표와 김학균 대표는 이사회에 소속된 45개 중 40개 회원사의 투표를 거쳤고, 김 대표가 21표를 얻어 협회장 최종후보로 결정됐다. 이후 회원총회 찬반투표를 거쳐 16대 협회장으로 최종 선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김학균 대표가 70년대생이라 다른 후보보다 젊은 것도 있고, 회사 운용자산(AUM)이 3400억원 규모라 중소형 VC에 속한다”며 “전체 회원사 구성원이 중소형 VC 출신 젊은 대표들로 이뤄져 있는데 자신과 비슷한 김 대표에 표심이 기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불만 누적된 중소형사 민심이 핵심 영향
협회를 이끄는 주요 VC의 모임이 존재하는 등 협회 운영에 차별이 만연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종 행사에서부터 눈에 띄는 차별이 이뤄졌는데, 예컨대 중요 출자자(LP)들을 모은 행사가 개최되면 자리 배치를 대형사 위주로 해놓기도 한다”며 “고위 LP 관계자 옆자리를 차지해 영업하고 운용자산(AUM)을 늘리는 등 혜택을 누렸다”고 주장했다.
업계가 혹한기 접어들면서 중소형사는 펀드 결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데, LP 자금이 대형사 위주로 쏠렸다는 점도 불만을 낳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은 회사들은 자금 모으기 쉽지 않으니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모태펀드 출자사업이 중소형사에 불리하게 나오는 데도 우리를 대표하는 협회는 전혀 개선을 건의할 의지가 없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대형사가 중소형 부문으로 몰려가 자금을 가져가 버리는 등 애초에 모태든 민간이든 모든 출자사업이 분야 전문성 있는 루키나 중소형사가 허들을 넘을 수 없는 구조로 나와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협회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 VC 업계가 오래된 만큼 좋은 업황에 업에 뛰어든 1세대가 주축이 된 대형 VC가 성과를 잘 내고 출자사업에 대한 네트워크도 좋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포트폴리오 수나 수익률 측면에서 기존 세력이랑 경쟁하기가 어려운 게 시장 특성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VC 업계 자체가 각자도생하는 다른 업계와 달리 협회가 주축이 돼 네트워크 강화와 정책 개진을 이루다 보니 중소형사의 불만이 쌓이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정책을 펼칠 수 없는 만큼, 중소형 VC를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게 쉬운 건 아니다”라며 “다만 협회장이 대형 VC 출신이면 그 쉽지 않은 정책을 펼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