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합의로 인해 미국 경제가 안정화되자 다시 달러 가치가 오르며 ‘바이(buy) USA’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 회복에 ‘강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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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발표된 미국과 중국 경제수장들의 제네바 담판은 예상보다 더 파격적이었다. 서로를 향해 부과했던 관세를 90일간 115%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합의했고, 보다 광범위한 합의를 위해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주 주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도 예고했다.
양국의 무역 긴장 완화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는 급격히 강세로 돌아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1.98까지 치솟았다. 이날도 101 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관세 우려로 인해 미국 1분기 경제가 역성장하면서 달러인덱스는 98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관세 협상으로 인해 달러인덱스는 단숨에 각국에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했던 4월 9일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미중 합의에 위안화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은 7.20위안대를 하회하며 이날 7.17위안대까지 하락했다. 위험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2100억원대를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을 지지했다.
위안화 강세와 위험선호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에선 달러 강세를 추종하는 움직임이 더 강하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와 맞물리면서 환율도 오름세고, 국내 수급상으로도 네고(달러 매도) 물량보다는 저가매수 물량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로화, 엔화, 스위스 프랑 등 그간 달러 대신 강세를 보였던 통화들은 약세로 되돌림 나타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148엔대로 올라섰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통화대비 달러 매수세가 워낙 강했던데다, 회담 결과에 대한 경계감에 달러 자산 매수를 망설이던 세력들이 격하게 반응하면서 달러 자산 매수세가 전방위로 확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달러, 환율 방향성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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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정책이 90일 휴전에 들어갔지만 양국이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3개월 안에 구체적인 관세협상이 도출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관세 리스크의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미중 관세협상이 타결되는데 긴 시간이 소요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향후 90일간 양국의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현재 설정된 30%(기본관세 10%+펜타닐 관세 20%)보다 “상당히 더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둔화 프라이싱이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달러가 상승한 것이라서 추세적인 흐름으로 보기는 이르다”며 “미중이 합의했지만 결국 관세 부과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고, 명시적인 합의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달러와 환율 방향성에 대해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달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해야 내려갈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달러 하락은 가파르진 않을 것”이라며 “원화와 같은 신흥국 통화는 그간 달러 연동성이 덜했기 때문에 추가로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