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 기록까지 공개한 강민수 국세청장의 ‘농담 섞인 자찬’에 국세청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익살스러움을 곁들인 강 청장의 ‘파격적인 PPT’에 직원들은 여러 번 웃고 박수를 보냈다.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강 청장의 퇴임식은 다소 경직적인 국세청 조직문화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털털한 동네 형’과 같은 강 청장은 공식 퇴임식 전에도 다가오는 직원들에 격의없이 어깨동무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PPT의 달인’으로 불렸던 강 청장은 퇴임사에서도 PPT를 활용해 색다른 진행을 선보였다. 초임근무지였던 제주서 총무과장 시절 사진부터 시작, 31년 동안의 국세청 공직생활을 되짚어갔다. 그는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엔 내성적이라고 쓰여 있지만 우리 조직·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성장하고 모자란 점을 채웠다”고 고마움으로 표했다. 고가 부동산 감정평가 확대와 세무조사 불성실 기업에 대한 강제이행금 제도 도입, 인사적체 해소와 일선 세무서 안전요원 10배 증원 등 괄목할 만한 업적도 상기시켰다.
수장으로 오르기까지의 ‘역경’도 회고했다. 그는 “2012년 본청 과장 시절엔 국정감사를 치르면서 공직생활을 마감할 뻔한 위기가 있었고, 2016년 말부터 본청 국장을 하는 동안엔 세종호수공원을 900바퀴 이상 도는 고뇌의 시간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일선 직원들의 노고를 언급하면서는 목이 메이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낮은 급여 △과중한 업무량 △악성민원 △승진적체를 언급한 뒤 “직원들의 어려운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한 약속을 이제는 더 지키지 못하고, 그간 국세청 가족 여러분께 은혜를 다 갚지 못하고 나가게 돼 아쉽다”고 했다.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진 직원들을 향해 그는 “우리 일선 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그 마음을 잘 헤아리고 보듬고 다독여야 한다”면서 “후임으로 최고의 능력과 안목을 간춘 임광현 청장이 오시니 우리 조직과 직원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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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법진 인사기획과장은 퇴임식에서 강 청장을 소개하며 ‘삼국사기적 관점에서의 공식적 약력’을 읊은 뒤 야사와 같은 일화들을 전했다. “고생하는 일선 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전국 세무서를 다니며 스타벅스 커피 쿠폰과 간식을 남발하고, 사전예고 없이 다니시는 바람에 세무서 곳곳에 인상착의가 담긴 수배전단이 붙었다”, “명절 때마다 직원들에 십수년 간 어묵을 선물해 인사청문회가 아니었다면 어묵회사 사위인 줄 착각할 뻔했다” 등이다. 커피쿠폰, 어묵 구매는 모두 강 청장의 ‘사비’로 지출했단 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세청 직원 일동의 이름으로 “영예롭게 우리 곁을 떠나시는 청장과 가족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작별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