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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큰 흥미가 생기지 않는 행사였다”고 평가했고, 블룸버그는 “애플 내부에서도 이번 WWDC가 AI 측면에서 실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 9일(현지시간) WWDC 2025를 열고 ‘실시간 번역’과 ‘시각 지능 향상’ 등 새로운 AI 기능을 소개했다. 실시간 번역은 통화, 메시지 앱 등에서 외국어를 자동으로 번역하고, 시각 지능 향상은 아이폰 화면에 표시된 어떤 내용이든 추가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다. 다만 두 기능 모두 삼성전자의 첫 AI폰 ‘갤럭시 S24’ 시리즈에 이미 탑재된 것과 비슷하다.
음성비서 시리의 개선도 쏙 빠졌다. 애플은 시리에 생성형 AI 챗GPT를 결합해 맞춤형 AI 에이전트로 만든다는 구상이지만 이 같은 계획은 거듭 지연되고 있다. 크레이그 페데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은 “우리의 높은 기준에 다다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아이폰용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은 아이폰 신제품 출시까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흥행 여부에 큰 기대는 접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신제품 출시 초기에 수요가 확 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관세 불확실성도 겹쳐 부품사들의 불안감을 더 자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밖에서 생산된 스마트폰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달 초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미국 관세를 반영해 올해 아이폰 출하량 성장률을 기존 4%에서 2.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 판매를 자극하기 위해 할인 정책에 나선다면 그것 역시 원가 절감 압박이 커질 수 있어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