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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의된 하도급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10531호)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 범위 축소 △발주자의 직접지급 사유 기준 강화 △하도급대금 압류 제한 조항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도급대금 체불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4월 발의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10127호)은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 범위를 공공공사에서 민간공사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시 하도급대금 체불과 대금 미지급을 예방한다는 취지다.
이와 유사한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9345호)도 지난 3월 발의돼 있다. 발주자의 직접지급 기준 강화 등 핵심 내용은 지난달 발의된 하도급법 개정안과 사실상 같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하는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하도급자 보호에 치중한 규제가 원·하도급자 간 갈등을 키우고 산업 위축이나 편법 증가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일한 위반 행위에도 법률마다 제재가 달라 법 적용의 일관성·형평성도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유사한 제도들이 수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는데도 같은 목적의 규제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며 “기업으로서는 규제를 고려하는데만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결국 규제를 회피하거나 위축된 경영활동을 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하도급법 외에도 건설산업기본법,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등 여러 법령을 통해 건설 하도급을 규제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조례와 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규칙까지 더해지면서 규제 체계는 지나치게 복잡해진 상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건설 관련 법령을 중심으로 하도급을 규제하는 반면, 우리나라처럼 일반 하도급법으로 별도로 규제를 가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처럼 복잡한 규제 구조는 벌금형, 영업정지 등의 이중처벌을 초래할 수 있다. 일례로 하도급대금 체불 행위의 경우, 하도급법에 따라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하고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영업정지까지 추가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도급인 종합건설사도 실상은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원도급은 대기업, 갑’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규제가 설계 돼있다”며 “건설업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가 오히려 원도급과 하도급 간 갈등만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실장은 “최근 발의된 법안들은 계약을 성실히 이행 중인 사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 거래 위축, 제재 무력화 같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조항은 통폐합해야 위축된 건설산업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