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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행이 출마를 선언하고 다음 달 3일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양자 간 단일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김문수 후보는 경선 초반부터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한동훈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불편한 기색은 보였지만 공식적으로 ‘단일화 반대’를 표명한 적은 없다.
김 후보는 지난 29일 국민의힘 2차 경선 결과 발표에서도 “이재명의 당선을 막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손잡겠다”고 언급하는 등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김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수영 의원은 지난 14일 한 대행 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에 당내 의원 중 절반인 54명의 서명했다고 밝힌 인물이다.
한 후보도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할 것”이라며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향해 ‘패배주의’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도 단일화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다. 1차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나경원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 12명과 함께 김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사용한 여의도 소재 사무실 비밀번호를 최근 한 대행 측에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만간 실무진이 입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김 후보와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정치는 상상의 영역”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2차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대식 의원은 지난 29일 “국민의힘, 보수 우파의 승리를 위해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 우리 당 후보가 승리하는 데 모든 걸 바치겠다”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을 비롯해 홍 후보 캠프에서 몸담았던 유상범·백종헌·김위상 의원도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원내에서 단일화 불씨를 지필 중진 의원들도 있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 2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어차피 기호 2번으로 등록해야 선거 운동을 할 수 있고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한 대행의 ‘선 입당 후 단일화’를 주장했다. 충청권 중진 박덕흠·성일종 의원은 당내에서 ‘한덕수 차출론’을 제기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경선 이후 본격적으로 단일화 논의나 한 대행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내 인사가 제3지대 인물을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 단일화 논의 역시 경선이 끝나고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사례는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례와 다르다. 연판장에 의원들이 서명하는 등 세를 과시하고 있어서 단일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는 후보다. 강성 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한 대행 캠프를 지원할 수 있다”며 “다만 한 대행이 무소속인 상태에서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 경선이 끝나고 한 대행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의원들이 캠프에 합류하고, 단일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