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지나 기자]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알파벳(GOOGL)에 대한 월가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성장주의 핵심 지표로 여겨지는 ‘시장 기대감’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알파벳 주가의 적정 가치를 두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알파벳은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평가가 어려운 종목’으로 부상했다. 주요 이유는 AI 기술이 기존 검색엔진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벳의 핵심 수익원인 구글 검색 사업은 더 이상 웹에서 정보를 찾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다. 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xAI의 그록 등 다양한 AI 챗봇들이 정보 탐색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투자자들은 검색 시장 점유율 감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알파벳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향후 실적 전망치 기준 약 17.7배 수준으로, ‘매그니피센트 7’ 평균인 44배보다 크게 낮다. 이는 투자자들이 알파벳을 성장주보다는 성숙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기술 담당 리서치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검색사업의 성장 둔화를 우려하고 있고 다른 빅테크 기업들이 AI 수혜를 더 크게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200명 이상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한 비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투자자들은 알파벳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보였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우려 요인으로는 AI 챗봇과의 경쟁 심화, 검색 결과 상단에 AI 답변이 표시될 경우 광고 수익 감소 가능성, 미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이 애플 등과의 검색 기본설정 계약에 미칠 영향 등이 언급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알파벳이 보유한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성장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 유튜브, AI 모델 제미나이,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 웨이모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 사업은 성격이 상이해 종합적인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루리아 책임자는 “각 사업 부문을 분사해 별도 기업으로 운영하면 더 투명한 가치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투자자들은 알파벳이 검색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과 AI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획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미나이 기반 서비스 확장 및 구독모델 경쟁력 강화가 해법으로 꼽혔다.
마크 말렉 시버트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알파벳의 성장 모멘텀이 약해 보이지만 실상은 검색 이슈에 가려져 있을 뿐 다른 사업 부문은 저평가된 성장주”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19분 기준 개장전 거래에서 알파벳 주가는 1.87% 상승한 181.8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