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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태 부행장은 신학기 수협은행장과 1995년 수협중앙회 입사 동기다. 지난 3월 친정집으로 돌아온 데에는 신 행장의 각별한 요청이 있었다. 금융당국에서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기 위해 전사적으로 애쓰고 있는 와중에 자타공인 리스크관리 최고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양 부행장은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에서 글로벌 리스크솔루션 이사, 글로벌 회계법인 EY에서 회계·리스크 부문 전무 등을 지낸 회계·리스크관리 전문가다. 은행으로서는 일괄적으로 정해진 표준등급법보다는 그간 은행의 자체 데이터와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하는 내부등급법을 선호한다. 그 은행만의 여·수신 프로트폴리와 신용평가 노하우를 적용해 더 정확한 자본비율 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양 부행장은 지난 4개월간 과거 데이터를 통한 임직원 리스크관리 교육에 집중했다. 그는 “직원에게 거시경제든 기업 신용분석이든 리스크는 반복된다고 다양한 과거의 사례를 소개했다”며 “지금은 리스크관리 5단계 중 이미 3단계에 진입해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 시간이다. 유동성 충격을 넘어 경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간 3~5년 주기로 유동성 충격이 왔다는 점, 미 연준(Fed)이 금리를 인하했다는 점, 장단기 금리차(10년물>2년물)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볼 때 3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임시직 고용현황 등 실업률이 오르고 고위험 채권 유효이자가 15%를 넘어가면 가장 위험한 단계(5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양 부행장은 현재 리스크관리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부실기업 옥석 가리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악마는 가장 뒤처진 자를 잡아먹는다(devil takes the hindmost)’는 경구를 인용하며 “은행으로서는 자본 배분(allocation)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더 들어가고 큰 제조업체와 하청업체, 중산층이 함께 성장해서 소비가 늘어나야 한다”며 “지금과 같이 부실기업 선별이 어려운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는 신용 실패의 역사를 이해해야 하고 여기에 맞는 도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협은행은 이 과정에서 데이터·AI 글로벌기업 SAS와 손잡고 AI기반 신용리스크 모형인 ‘크레디트랙커’를 설계했다. 양 부행장이 최초 설계한 트레디트랙커는 신용평가 애널리스트가 사용하는 130개 이상이 재무 이상징후 체크리스크를 계량화해 데이터로 제공한다. 기업리스크를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데다 신용분석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어 여신심사·리스크관리·감사대응에도 효과적이다.
양 부행장은 “AI는 리스크관리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사람이 문화를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며 “하반기에는 수협은행의 거시경제 하우스뷰를 임직원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앱 형식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거시경제 리스크 계기판 등을 통해 리스크관리를 일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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