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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회계정책 일원화하는 ‘회계기본법’ 제정해야”[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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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엽 기자I 2025.05.13 16:44:46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인터뷰
"분야별로 제각각인 회계 시스템 일원화 필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장에 긍정적 영향"
"세무사가 회계감사? 수의사에게 사람 치료 맡기는 꼴"

[대담=이승현 이데일리 증권시장부 부장, 정리=박순엽 기자] “국가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선 분야별로 법률과 기준이 제각각인 회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기업 회계와 국가 회계, 비영리단체 회계를 총괄하는 ‘회계기본법’을 제정해 일관된 회계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최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회계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제20대 국회의원 시절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담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개정안’ 입법을 주도해 ‘신(新) 외부감사법의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이날 최 회장은 부처별로 다른 회계 처리와 관리·감독 체계로 현장에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선 ‘회계기본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계적이고 통일된 회계 체계를 마련하는 만큼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정당에 ‘회계기본법’ 제정을 대선 정책 공약으로 내걸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필요하다는 뜻도 재차 드러냈다. 그는 최근 지방자치단체 조례 개정을 통해 세무사들이 회계감사 업무에 진입하려는 시도를 두고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도 옳지 않은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른 부문에선 세무업계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오는 6월 새 정부가 들어선다. 한국공인회계사회장으로서 차기 정부에 요구할 점이 있다면?

△‘회계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선 기업 회계, 국가 회계, 비영리 회계의 기준이 전부 제각각이다. 이 중에서도 비영리 부문은 분야별로 규율하는 법도 다르고, 주무 부처도 다 다르다. 이렇다 보니 체계적인 회계 시스템 구축이나 회계 제도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업에 투입되는 재원에 부처별로 다른 회계 처리와 관리·감독 체계를 요구하니 현장에선 인력과 자원 운용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회계 담당자들의 잦은 인사이동이나 불특정 다수로부터의 재원 마련 등 비영리 부문의 특성을 고려할 때 회계기본법을 제정해 체계적이고 일관된 회계정책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회계기본법이 제정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체계적이고 일관된 회계정책을 수립·집행할 수 있도록 영리·비영리 부문을 포함해 다양한 조직의 회계에 기본적이고 공통으로 적용할 사항을 규정하게 된다. 이 원칙에 따라 기업·국가·비영리법인 회계가 체계적으로 운영되면 사회 전체의 회계 투명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회계기본법이 제정되면 이를 총괄하는 기구는 어디서 맡게 되나.

△현재 회계 관련 업무는 정부 내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다. 회계기본법이 제정되면 총괄 기구는 회계 기준만 마련하고, 각 부처가 그 기준에 맞춰 근거법을 개정하는 식으로 운영하게 된다. 즉 모든 회계 업무를 한 곳에서 다루는 게 아니라 기준만 통일하자는 얘기다. 다만 총괄 기구를 어디에 둘지는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

총괄 기구는 다양한 조직의 회계정보 생산과 외부감사, 공시와 감독 등 회계 제도를 모두 총괄하면서 부서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별도의 정부 기구를 신설하거나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 등 기존 정부 부처에 이러한 역할을 할 국 차원의 조직을 새롭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러한 회계기본법 제정 관련 내용은 각 대선 캠프에도 전했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등 사회적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정당의 대선 정책 공약집에도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최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이후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독과점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유지돼야 하나.

△당연히 유지돼야 한다. 공정위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자유 경쟁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회계감사의 최종 소비자는 국민이라는 점에서 이는 논리에 맞지 않는다. 기업과 회계 업계가 자율 계약을 맺게 되면 힘의 균형은 기업으로 쏠리고, 제대로 된 감사 보고서가 나오기 어려워서다. 한국처럼 대주주 영향력이 큰 나라에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필요하다.

국제 경영개발원(IMD)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재벌 중심의 특수한 기업 소유구조와 지배구조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금융당국이 지정한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게 되면 회계 투명성이 높아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서울시의회가 민간 위탁 사업의 회계감사를 없애고, 이를 세무사가 수행하는 결산 검토로 대체하도록 조례를 개정해 논란이 일었다. 개정된 조례는 사실상 원상 복원되긴 했지만, 이 사태가 일어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쟁 논리가 과하게 작용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경쟁도 자격이 있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서 경쟁해야 하지, 자격이 없는 사람들로 경쟁만 한다고 해서 효율성이 높아지진 않는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수의사를 데려와서 사람 치료를 맡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회계감사는 공인회계사만 할 수 있는 고유 업무다. 공인회계사가 되기 위해선 회계감사라는 과목을 필수로 공부해야 하고, 시험에서 합격하더라도 2년간의 수습 과정을 거쳐야 감사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세무사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6개월 연수받고 세무 업무에 투입된다. 회계감사 업무를 세무사에게 맡길 수 없는 건 당연한 얘기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서울시의회 사례처럼 ‘회계감사’를 ‘결산서 검사’라고 용어를 바꿔 세무사가 할 수 있게끔 조례개정안이 발의된 사례가 있지만, 업무 자체가 회계감사라는 점에서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지방 의회는 원래 지방 정부를 감시·감독해야 하는데, 오히려 앞장서서 감사를 피하게 허용해 주는 것은 옳지 않은 것 아닌가.

-앞으로 이러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나.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엔 지자체가 일정 규모 이상의 위탁 사무를 맡으면 반드시 회계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이 통과되면 조례로 회계감사 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회계감사 대신 ‘결산서 검사’라는 정체불명의 제도를 도입하는 조례개정 논란은 지방자치법에 ‘회계감사’ 의무를 명시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1950년 출생 △광주제일고 △서울대 경영학 학사 △미국 조지아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박사 △서강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부총장 △한국증권연구원 원장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한국증권학회 회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금융학회 회장 △제20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제47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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