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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광훈 카드 부실감사 논란…금감원 "보완하라"

최정훈 기자I 2025.05.14 16:54:25

사랑제일교회 청교도콜센터선교카드
불법 모집 의혹에 검사 지시했지만
농협, 4만건 계약 중 0.25%만 감사
"전국지점 발급실태 추가 확인 필요"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사진=연합뉴스)
다음 달 3일 대선을 앞두고 전광훈 목사 측이 운영하는 ‘선교카드’의 정치자금 유입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농협은행이 전체 카드 계약 4만여 건 중 단 100건만을 감사한 뒤 ‘법적 문제 없음’이라는 취지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수수료 일부 콜센터로 유입

14일 이데일리가 국회 정무위원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금융감독원 등을 취재해 종합한 결과 금융감독원은 해당 보고의 조사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이유로 보완 조사를 요구했다. 금감원은 농협의 감사 결과를 사실상 반려한 것이다. 선거를 불과 3주 앞두고 나온 이 같은 대응은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모두가 이 사안의 정치적 파급력을 의식해 책임을 미루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과 맞물려 있다.

해당 카드는 사랑제일교회 장로가 대표로 있는 청교도콜센터가 NH농협카드와 제휴해 2004년부터 발급해 온 상품이다. 카드 실적에 따라 발생한 수수료 일부가 콜센터로 유입되고 연 수천만원 규모의 기금이 형성된다. 이 자금이 전광훈 목사의 정치활동에 사용됐다는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농협은행 감사부는 두 달 전부터 내부 감사를 했으나 조사 대상은 전체 4만 건 중 100건에 그쳤다. 농협은행 측은 표본 결과를 토대로 “카드 가입자가 자발적으로 영업점을 방문해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불법 모집이나 강제 유도 정황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동호회 카드 등 유사한 제휴카드도 많았고 선교카드 역시 위법성은 없다고 본다”고 전달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즉시 보완 의견을 전달했다. 카드 모집이 전국 지점에 걸쳐 이뤄졌고 일부는 광화문 집회와 교회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홍보·모집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모집인 규정 위반 여부를 폭넓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선교카드는 예배와 정치 집회 현장에서 공개적으로 홍보됐고, 실적이 목사 개인이 운영하는 단체로 귀속하는 구조여서 단순한 ‘팬클럽 카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00건만으로는 모집 방식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전국 지점에서 나뉘어 발급된 카드에 대해 당시 직원을 상대로 개별 확인이 필요하다. 서류만으로는 발급 경위를 알기 어렵다”고 했다.

당국 “자금 흐름 조사는 권한 밖”

조사 확대는 간단하지 않다. 카드 발급 이력이 분산돼 있고 일부 담당 직원은 전보된 상태다. 금감원도 “취급 직원 확인 등 절차상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선을 넘긴 뒤로 결론을 미루려는 ‘정치적 시간 조율’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해당 카드 구조에 대해 “수수료 자금이 이후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감독 권한 밖의 영역”이라고 했다. 자금의 정치적 활용 가능성은 수사기관이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상품이 사실상 ‘정치자금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음에도, 감독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수수료가 정치 자금으로 쓰여도 이를 감시할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없다.

전광훈 목사는 2020년 이후 다수의 정치집회와 시국선언을 주도했고, 보수 야권과의 연계성도 수차례 드러냈다. 그가 이끄는 교회가 운영한 신용카드에서 수년간 기금이 발생했지만, 사용 내역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이 수수료가 선거 자금으로 전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현재까지 조사 기한을 특정하지 않았다. 이인영 의원은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감독할 권한이 없다는 뜻을 고수하는 사이, 금융상품이 정치자금 통로로 악용할 수 있는 구조가 방치되고 있다”며 “금융이 종교나 정치 활동과 결합해 왜곡되는 상황을 막고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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