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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달러·엔 환율은 146엔대에서 거래되며 엔화 강세를 보였다. 지난 18일에는 148엔대까지 치솟았으나 일본의 선거 결과를 소화한 후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다.
지난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극우 정당의 약진이 확인되며 일본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대두됐다.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소비세 감세’를 내세웠는데, 소비세가 사회보장제도를 지탱하는 핵심 재원인 만큼 일본 재정에 대한 우려가 심화된 것이다.
재정 불안으로 인해 최근 일본 30년물 금리는 3%대로 상승했다. 일본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해 미국과 일본의 국채 금리 차가 축소되면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을 자극하고 있다. 현재 미일 10년물 국채 금리 차는 282bp(1bp=0.01%포인트)로, 지난해 8월 초 급격한 청산이 이뤄지기 직전의 284bp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은행(BOJ)이 예상 밖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엔화가 급격히 강세를 나타내자, 글로벌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20원이 널뛰었던 8월의 ‘블랙먼데이’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공포감이 큰 것이다.
이달 말 일본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기대감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키운다. 6월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3.3%로,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급격한 물가 상승세가 확인되면서 이달 BOJ에선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미국은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달 인하는 어렵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면서 9월 인하 전망이 60%에 달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7월 인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7월 금리 결정 후 엔캐리 청산 분수령
이달 말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고, 미국이 9월 인하 신호를 보낸다면 시장에서 미·일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엔캐리 청산 움직임이 거세질 수 있다. 이는 또다시 엔화 강세 심리를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선물시장의 엔화 강세 베팅을 고려하면 작년 같은 엔화 급등 가능성은 작지만, 단기적인 엔화 강세에 대비해야 한다”며 “3분기 달러·엔 환율 하단은 140엔을 전망한다“고 했다.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원화도 동조해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7월에 일본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고, 8월 초에 미국 고용지표가 크게 꺾인다면 엔캐리 청산이 다시 한번 발생할 수도 있다”며 “하반기 엔화가 강세로 간다면 원화도 동조 압력이 커질 것이지만, 엔화로 차입해서 투자했던 글로벌 증시 자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재정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엔캐리 청산은 잠재적인 리스크”라면서도 “미국과 일본의 관세 협상이 타결됐고, 8월까지 다른 나라와도 협상이 마무리된다면 미국 시장이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청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