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원회 내부에서 ‘5분짜리 휴가’가 일상화되고 있다. 직원들이 점심시간 이후 복귀가 조금만 늦어져도 연가를 ‘분 단위’로 입력해 처리하는 문화가 확산한 것이다. 외부인의 눈에는 다소 낯설고 촘촘한 복무관리 방식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해 있었던 감사원의 기관감사와 대선을 앞둔 공직기강 강화 흐름이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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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감사원이 공개한 금융위 기관감사에서 비롯됐다. 당시 감사원은 일부 직원의 외출·조퇴 기록 누락, 점심시간 이후 복귀 지연, 연가·출장 처리 기준 불명확 등을 지적했다. ‘시간관리에 느슨하다’는 꼬리표가 붙자 금융위는 곧장 복무지침을 손봤다. ‘분 단위’ 연가 사용을 장려한 셈이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 공직기강이 더 민감해진 것도 한몫했다. 정부 조직 전반에 ‘사소한 것도 투명하게’라는 기조가 퍼지며 금융위 역시 내부 단속에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직원들은 씁쓸하다며 자조한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연차 포기 각’을 세우는 게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금융위 한 직원은 “어차피 다 못 쓸 거 이렇게라도 쓰면 문제 될 일 없고 마음도 편하다”며 “서글프지만 합리적이다”고 했다.
실제로 금융위의 연차 소진율은 낮은 편이다. 2023년 기준 금융위 전체 직원의 평균 연차 사용률은 60%대 초반으로, 중앙부처 평균(약 72%)에 못 미친다. 바쁜 일정과 높은 업무 강도, 정책 결정기관으로서의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편에서는 이런 문화가 결국 조직 생산성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 한 간부는 “연가를 눈치 보면서 분 단위로 쪼개 쓰는 조직이 유연한 조직일까. 과도하게 경직된 건 아닐까 고민해 볼 지점이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자율이 아니라 자동 반응처럼 돼버린 게 문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무 조직 특성상 기본 복무기강이 중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감사원 지적 이후 시스템 개선은 당연한 절차였고 외부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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