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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1382.0원)보다 8.55원 오른 1390.55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8일(1393.0원) 이후 약 열흘 만에 1390원대로 오른 것이다. 이날 정규장 중에는 1395.0원을 터치하며 전일 대비 10원 이상 치솟기도 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5월 20일(1396.9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고치다.
앞서 협상을 끝낸 일본과 유럽연합(EU)은 15% 관세 부과에 합의하면서 당초(일본 25%, EU 30%)보다 관세율이 크게 낮아지고,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되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두 나라 모두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면서 미국의 이득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예상과 달리 달러화가 강세로 간 것이다.
EU는 미국의 에너지를 3년 동안 7500억달러(1035조원) 매입하고, 대미 투자를 6000억달러(825조원)로 확대한다고 합의했다. 일본도 미국산 농산물 개방, 보잉 100대 구매, 대미 투자 5500억달러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2024년 기준 1년간 미국에 순유입된 직접투자(FDI) 규모가 3221억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일본(5500억달러)과 EU(6000억달러)의 비현실적인 투자 규모는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재료인 셈이다.
일본, 유럽의 협상을 감안하면 한국 역시 미국과 협상에서 관세율 15%에 합의하기 위해 농산물 등 미국산 수입 확대, 그리고 대미 투자 확대가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는 1500~2500억달러 내외까지 이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달러 대비 원화는 약세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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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관세 협상 이후에 불확실성 해소보다는 미국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달러화 강세,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관세가 15%로 확정된다고 해도 환율은 1350원 이하로 떨어지기는 어렵다”며 “20% 타결 시에는 단기적으로 환율은 1400원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분위기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미국 경기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하고 자금 흐름도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는 흐름이어서 달러가 크게 약세를 나타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협상 과정에서 대미투자액이 과하게 높다”며 “미국에 대한 투자는 결국 달러로 자금이 몰린다는 것이여서 달러 강세로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주 미국 고용지표가 크게 낮아지지 않는 이상 달러 약세로 꺾일 만한 재료가 없다”며 “지금 흐름이면 3분기 상단으로 전망한 1420원을 웃돌(오버슈팅)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약세’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8월 관세 부과 이후에 환율은 하락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말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적 달러 약세 옹호 발언이 또 나왔고, 한국은 4월 이후 대미 협상에서 환율이 공식 의제에 포함된 나라”라며 “협상 전후의 변동성 확대에도 8월 초 이후 환율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