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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용 미수금이란 가스공사가 도시가스용 천연가스를 각 가정에 보내는 과정에서 받지 못한 ‘외상’이다. 공기업인 가스공사는 독점적 도시가스 공급사로서 명목상으론 천연가스 도입 원가를 고려해 가격을 산정하지만, 실질적으론 정부가 민생 부담을 고려해 도시가스 요금을 ‘관리’하면서 그 차이만큼 미수금이 발생한다. 정부는 가스공사가 언젠가는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증하지만, 그때까진 가스공사가 회사채를 발행해 천연가스 수입 등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이 민수용 미수금은 2022년 글로벌 에너지 위기 여파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1년 말 1조 7656억원이던 것이 3년 뒤인 지난해 말 14조 476억원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올 1분기에도 민수용 미수금이 395억원 늘었다. 그러나 앞선 폭발적 증가세를 고려하면 사실상 증가 흐름이 멎은 모습이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난 지난해도 민수용 미수금은 1조원 늘었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 초반까지 하향 안정 흐름을 보이며,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도입 부담을 낮춘 것이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도입 장기 계약 때 국제유가에 연동해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가스공사의 재무위기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가스공사가 2012년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5조원까지 불었던 민수용 미수금을 모두 해소하는 데 5년이 걸렸었다. 현재의 미수금은 당시보다 3배 가까이 많은 14조원인 만큼 이를 모두 회수하는 데는 더 오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1분기 민수용 미수금 증가 폭이 다소 둔화했으나 여전히 증가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회수를 위해선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올 1분기 매출액 12조 7327억원에 영업이익 833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0.6%, 9.5% 감소했다. 발전용 천연가스 판매량은 늘었지만, 도입 원가 하락과 맞물린 판매단가 하락으로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매출 감소와 함께 금리 하락에 따른 1분기 투자보수가 줄며 영업이익도 줄었다. 모잠비크·호주 GLNG 등 5개 해외 천연가스 개발 사업의 영업이익(1125억원)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전년대비 5.2% 감소했다.
가스공사는 미수금 증가가 멈춰선 가운데 영업이익을 유지하며 올 들어 부채를 2조원 이상 줄였다. 3월 말 기준 부채는 44조 426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조 4172억원 줄어들었다. 부채비율 역시 3개월 새 433%에서 402%로 31%포인트 낮아졌다. 가스공사의 부채는 2021년 약 35조원(부채비율 379%) 수준이었으나 글로벌 에너지 위기 여파로 2022년 말 한때 52조원(500%)까지 불어난 바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외사업 회수액을 늘리는 동시에 사업 조정과 경영 효율화 등 수익성 개선 노력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