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할 경우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식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관세 부과 전 선행구매에 따른 실적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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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고정거래가격은 4월을 기점으로 올랐다. 4월 PC용 DDR4 8기가비트 (DDR4 8Gb 1Gx8) 가격은 전월 대비 22.22%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D램 가격이 1.45달러로 전월 대비 20% 이상 떨어진 이래 보합세를 유지했던 가격이 오른 것이다. 지난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DDR5 D램 모듈 가격 역시 6.02~8.24%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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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거래가격은 메모리 기업이 대형 고객사에 납품한 제품 가격의 평균값을 뜻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미리 D램, 낸드 등을 확보하려는 PC, 모바일, 서버 제조사들의 주문이 폭증하면서 메모리 공급사들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D램 가격 인상을 추진한 이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까지 줄줄이 D램 공급가격 인상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 실적 호조엔 선구매 수요…실적 착시 우려도
다만 업계에서는 D램 수요 호조가 이어질 수 있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조1405억원, 영업이익 6조 68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4조9613억원) 보다 약 34.7%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부과 전 사재기 수요가 1분기에 다수 발생한 게 한몫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TSMC 4월 매출은 116억 달러에 달해, 전년 동월 대비 48.1%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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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레거시 D램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하반기 업황은 예단하기 어렵고 선구매로 인해 앞으로의 주문이 급감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메모리를 제외한 다른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빙하론’까지 꺼내 들며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