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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팀프레시는 쿠팡·컬리를 제외한 수많은 자사몰 브랜드들의 핵심 물류 파트너였다. 중소 브랜드들이 자체 풀필먼트를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팀프레시는 B2B 새벽배송 인프라를 제공하며 시장 내 중요 거점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자금난으로 인한 배송 차질이 이어지자 주요 고객사들이 이탈했고, 결국 도산 위기에 몰렸다.
투자업계 일각에선 “팀프레시는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회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시장에선 일부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이 팀프레시의 공백을 사업 확장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실제 인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 VC 관계자는 “굳이 인수하지 않아도 고객사만 흡수하면 된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며 “전략적 M&A가 작동하지 않은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런 인수 부진의 배경에는 스타트업 매각을 실패로 보는 부정적 시각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면 ‘실패한 창업자’로 낙인찍히고, 대기업의 인수는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도 ‘책임 있는 인수자’로 나서지 않으면서, 유망 스타트업 하나가 소리 없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구조는 최근 몇 년간 벤처 생태계의 수치에도 드러난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 브이씨’에 따르면, 기존에 투자를 유치한 이력이 있던 스타트업 중 지난해 폐업한 기업은 170곳으로 전년(144곳) 대비 13.5% 증가했다. 지난 2021년에는 104곳, 2022년 126곳 등 매년 증가세다. 창업과 초기 투자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여전히 ‘조용한 성공’만을 선호하고 ‘시끄러운 실패’에는 지나치게 인색하다”며 “정책과 산업계 모두가 스타트업 M&A에 대한 인식 전환에 나서야 선순환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