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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뭔데?"..고령자 등 취약계층 소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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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보경 기자I 2025.07.24 16:14:26

“핸드폰으로 문자 왔었어?” 몰라서 못 받는 고령층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지 다른 거리노숙인도 ‘포기’
전국민 40% 받았는데…취약계층 접근성 문제 있어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성가현 수습기자]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뭔지 모르겠는데…그런 게 있어?”

지난 22일 서울시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이태진(87)씨가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기자가 소비쿠폰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지만 이씨는 “휴대폰을 볼 줄 몰라서 그런가 보다”면서 “직접 알려주는 활동이 있으면 좋겠다”고 멋쩍어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사흘째인 23일 오후 광주 서구 농성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주민이 지급받은 현물 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청 절자 모르는 고령자, 주소지 문제 겪는 노숙자

이날 만난 다른 노인들도 정보를 접하지 못했거나 알아도 거동이 불편해 소비쿠폰을 신청하지 못했다고 했다. 감주선(92)씨는 “글자를 못 읽어서 몰랐다”며 “15만원을 준다고? 남들 신청하면 나도 해야 겠다”고 말했다. 정화면(85)씨 역시 “한쪽 귀도 잘 안 들리고 눈도 잘 안 보이고 다리도 안 좋아 걷기가 힘들다”면서 “주소도 달라서 여기 주민센터에선 안 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씨는 “몇 세 이상 기준을 세워서 (공무원들이) 방문하면서 주면 안되냐”고 토로했다.

80대 배모씨도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절차를 알겠지만 난 그런 걸 몰라 코로나 때도 안받았다”며 “아직 신청할지 안할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주거가 일정치 않은 ‘거리 노숙인’도 사실상 소비쿠폰을 받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노숙인은 지역과 주민등록지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소비쿠폰을 신청하고 받을 때 주민등록지에 직접 가서 받아야 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전날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소비쿠폰 혜택을 포기했다고 했다.

한동철(64)씨는 “원래 강화도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와 일했는데 인천까지 차를 끌고 갈 수는 없어 이번에 신청하지는 않았다”면서 “코로나 지원금 때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모(52)씨 역시 “서울 영등포구에 있다 와서 주소지가 그쪽”이라면서 “가려면 1시간을 걸어서 가야 하는데 (받으러 갈지는)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부가 지난 21일 오전 9시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를 시작하면서 23일 자정 기준 전국민의 42.5%에 해당하는 총 2148만 6247명이 지급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소비쿠폰 지급이 빠르게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일부 취약계층에게 이러한 민생 정책이 닿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국민 위한 소비쿠폰…적극 행정으로 빈 틈 없게 해야”

정부가 소득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효과를 노렸지만 이러한 의도가 전달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시민사회단체에서도 관련 소비쿠폰 지급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취약계층일수록 현금 지급 등 다양한 지급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2020년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노인, 장애인, 기초수급자에게는 현금을 줬는데 이렇게 장벽을 해소하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행정안전부 역시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관련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고령층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유선으로 주민센터에 요청하면 직접 찾아가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거주 불명자는 어느 지자체에서나 소비쿠폰을 신청할 수 있게 했으며 현재 살고 있는 곳과 주민등록상 주소가 다른 분들은 이의신청 절차를 거치는 식으로 받을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이러한 지원금을 제일 효과적·효율적으로 배분해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소외계층을 위해서는)공무원보다 이장, 반장, 통장 등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커뮤니티 사람들이 현장에 가서 간단한 서식을 통해 확인하고 주민센터에 가져가는 식으로 지급해주면 행정적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며 “민관이 손을 맞춰 전체적인 효율을 높여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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