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태도가 달라진 건 4월 11일 열린 4차 간담회부터였다. 간담회 주재자는 이기일 복지부 1차관에서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바뀌었고 “노인 연령과 관련해 전문가 간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는 문구가 새로 등장했다. 이후 전문가들만 남은 5차 간담회(4월 23일)가 한 차례 더 진행됐고 이들 중 10명이 자체적으로 입장을 정리해 노인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까지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사회적 제안문을 발표(5월 9일)했다.
복지부도 밝혔던 것처럼 ‘노인연령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초고령사회 대응 차원에서 올해 복지부가 집중하겠다고 한 업무 중 하나다. 이런 취지로 시작한 민관협의체인 만큼 정부가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면 명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일(4월 4일)과 맞물린 시기도 얄궂다. 4월부터 사실상 정권 교체기에 들어가면서 기존 정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는 정권에 따라 빨라지고 느려지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빠진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제안문까지 발표한 데는 그만큼 노인연령 상향이 절박한 문제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무임승차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세대 갈등이 폭발하는 대한민국에서 노인연령 상향은 논의의 물꼬를 트기 자체가 어려운 문제다.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못 달고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지난해 20%를 넘었고 2050년 34%, 2070년 44%를 향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부 재정은 복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게 자명하다.
이제 어렵게 물꼬가 트인 노인연령 상향 논의는 ‘70세 기준’이라는 새 담론을 통해 차기 정부에 던져졌다. 전문가들의 선언만으로 법과 제도가 바뀔 순 없다. 어느 당이 집권하든지 간에 결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결실을 볼 수 있는 문제다. 연금, 고용 등 노인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여러 정책이 연계돼 있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차가 첨예하다는 점에서도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선 후보들도 공약을 통해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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