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전 국정원장, 특검서 尹 격노 시인
임기훈 "尹, 격노하며 국방부 장관 연결 지시"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순직해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격노했단 사실을 특검 조사에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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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전날 순직해병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이른바 ‘VIP 격노설’을 시인했다. 그간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채해병 사건 관련 보고 자체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는데, 2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VIP 격노설’은 당시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한 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이 돌연 화를 냈다는 내용이다.
조 전 원장은 당시 회의에 국가안보실장으로 참석했으며,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함께 마지막까지 회의에 남아있던 인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회의에 윤 전 대통령과 조 전 원장, 김용현 전 경호처장,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 7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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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임 전 국방비서관 역시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초동 수사 내용을 보고했더니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하면서 당장 국방부 장관을 연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회의실 전화기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얘기하지 않았냐”고 호통을 치며 크게 질책했다고 임 전 비서관은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비서관은 그간 국회와 법정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 내용은 안보 사안”이라며 진술을 거부해왔다.
이로 인해 순직해병 특검팀이 수사력을 주력하고 있는 ‘VIP격노설’에 대한 실체가 저인망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김태효 전 차장, 이충면·왕윤종 전 비서관 등 현재까지 특검 조사를 받은 4명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인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