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회자되는 오래된 격언이 올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예년 같으면 미국 대통령 취임 2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선거가 있는 해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다고 평가되던 이 격언이 올해는 예외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예상과 다르게 부진했던 겨울장세로 인해 여름장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 투자자들은 한층 더 깊은 불확실성의 터널 속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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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올해는 중간선거가 없는 해임에도 투자자들이 여름장을 앞두고 뉴욕증시에서 철수할 이유가 생겼다”며 “올해 미 증시는 길고 추운 여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핵심은 예년과 다른 ‘겨울 장세’에 있다. 일반적으로 미 증시는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상승세를 보인다. 실제로 중간선거가 없는 해에는 이 기간 동안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평균 6% 상승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되레 2.6% 하락하며 계절 패턴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흐름을 보였다.
마켓워치는 미 증시에서 겨울장이 부진하면 여름장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흐름이라고 짚었다. 비선거년도 중 겨울 증시가 부진했던 해에는 여름철(5~10월)에도 더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1896년 이후 다우지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런 현상은 통계적으로 95% 신뢰 수준에서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여름과 겨울 간 수익률 차가 뚜렷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은 경제 불확실성과 맞물린 투자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스콧 베이커 등이 개발한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EPU)’를 분석한 결과 겨울장 하락이 있었던 해의 여름에는 EPU가 겨울장 상승이 있었던 해의 여름보다 약 10% 더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장이 하락한 해의 여름에는 불확실성이 평균보다 10%가량 높게 나타난 셈이다. 마켓워치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유는 항공기의 ‘난기류’다. 난기류는 한꺼번에 몰려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종사는 안전벨트 착용 표시를 켜고 잔잔한 상태가 지속할 때까지 계속 착용을 유지한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 증시 역시 비슷한 ‘불확실성의 구간’에 있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최근 몇 달간의 극심한 변동성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식 투자자들도 여전히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간선거가 없는 해에는 ‘5월 격언’이 통하지 않는다는 기존 통설을 올해만큼은 예외로 둬야 할 수도 있다며 “겨울 하락장이 주는 경고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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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스트레스…美 투자자 절반 “지금이 가장 힘든 환경”
미 증시 투자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은 불확실성을 더했다. 지난달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관세 조치로 인해 극심한 변동성에 휘말렸다. 관세 발표 직후 S&P500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일부 유예 조치가 발표되면서 다시 급증하는 등 혼란스러운 흐름이 반복됐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한 달 내내 20을 상회했고, 지난달 8일에는 52.33까지 치솟아 코로나 이후 가장 높은 공포를 준 것으로 기록됐다.
극심한 시장 변동성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J.D.파워가 지난달 중순 미국 투자자 119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는 “지금이 가장 어려운 투자 환경”이라고 답했다. 닷컴 버블이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베테랑 투자자들조차 현재 시장을 더 어렵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변동 폭만 놓고 보면 이번 조정은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 S&P500은 지난달 7일 장중 약세장(20% 하락) 진입 후 같은 날 탈출했고, 2월 19일 고점 대비 낙폭은 18.9%에 그쳤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49.1%까지 하락한 바 있다.
앞으로 미 증시에서 가장 큰 부담은 낙폭 자체보다도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방향성의 불확실성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오미 윈 행동금융 전문가는 “사람들은 확정된 고통보다 고통이 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더 취약하다”며 “감정적인 반응 대부분이 ‘불확실성’에 대한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역시 “감정은 문 앞에 두고 들어오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