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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시 올해 심상치 않다…"5월엔 팔고 떠나라" 경고

이소현 기자I 2025.05.08 15:51:16

커지는 美증시 불확실성…"5월엔 팔고 떠나라" 월가의 경고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美 증시와 투자자들
예년과 달리 부진했던 美 증시 겨울장세
"겨울장 하락 땐 여름 수익률 더 나빠져"
마켓워치 "투자자 안전벨트 매야 할 시기"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5월엔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

월가에서 회자되는 오래된 격언이 올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예년 같으면 미국 대통령 취임 2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선거가 있는 해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다고 평가되던 이 격언이 올해는 예외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예상과 다르게 부진했던 겨울장세로 인해 여름장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 투자자들은 한층 더 깊은 불확실성의 터널 속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연준 금리 발표 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이 화면으로 중계되는 가운데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예년과 달리 부진했던 겨울장…“여름장 수익률 더 나빠질 듯”

7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올해는 중간선거가 없는 해임에도 투자자들이 여름장을 앞두고 뉴욕증시에서 철수할 이유가 생겼다”며 “올해 미 증시는 길고 추운 여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핵심은 예년과 다른 ‘겨울 장세’에 있다. 일반적으로 미 증시는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상승세를 보인다. 실제로 중간선거가 없는 해에는 이 기간 동안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평균 6% 상승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되레 2.6% 하락하며 계절 패턴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흐름을 보였다.

마켓워치는 미 증시에서 겨울장이 부진하면 여름장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흐름이라고 짚었다. 비선거년도 중 겨울 증시가 부진했던 해에는 여름철(5~10월)에도 더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1896년 이후 다우지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런 현상은 통계적으로 95% 신뢰 수준에서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여름과 겨울 간 수익률 차가 뚜렷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은 경제 불확실성과 맞물린 투자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스콧 베이커 등이 개발한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EPU)’를 분석한 결과 겨울장 하락이 있었던 해의 여름에는 EPU가 겨울장 상승이 있었던 해의 여름보다 약 10% 더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장이 하락한 해의 여름에는 불확실성이 평균보다 10%가량 높게 나타난 셈이다. 마켓워치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유는 항공기의 ‘난기류’다. 난기류는 한꺼번에 몰려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종사는 안전벨트 착용 표시를 켜고 잔잔한 상태가 지속할 때까지 계속 착용을 유지한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 증시 역시 비슷한 ‘불확실성의 구간’에 있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최근 몇 달간의 극심한 변동성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식 투자자들도 여전히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간선거가 없는 해에는 ‘5월 격언’이 통하지 않는다는 기존 통설을 올해만큼은 예외로 둬야 할 수도 있다며 “겨울 하락장이 주는 경고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미지와 미국 국기, ‘관세’ 라벨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불확실성 스트레스…美 투자자 절반 “지금이 가장 힘든 환경”

미 증시 투자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은 불확실성을 더했다. 지난달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관세 조치로 인해 극심한 변동성에 휘말렸다. 관세 발표 직후 S&P500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일부 유예 조치가 발표되면서 다시 급증하는 등 혼란스러운 흐름이 반복됐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한 달 내내 20을 상회했고, 지난달 8일에는 52.33까지 치솟아 코로나 이후 가장 높은 공포를 준 것으로 기록됐다.

극심한 시장 변동성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J.D.파워가 지난달 중순 미국 투자자 119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는 “지금이 가장 어려운 투자 환경”이라고 답했다. 닷컴 버블이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베테랑 투자자들조차 현재 시장을 더 어렵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변동 폭만 놓고 보면 이번 조정은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 S&P500은 지난달 7일 장중 약세장(20% 하락) 진입 후 같은 날 탈출했고, 2월 19일 고점 대비 낙폭은 18.9%에 그쳤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49.1%까지 하락한 바 있다.

앞으로 미 증시에서 가장 큰 부담은 낙폭 자체보다도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방향성의 불확실성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오미 윈 행동금융 전문가는 “사람들은 확정된 고통보다 고통이 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더 취약하다”며 “감정적인 반응 대부분이 ‘불확실성’에 대한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역시 “감정은 문 앞에 두고 들어오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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