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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습지와 습지 내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1999년부터 습지보전법을 시행하고 습지보호지역 내 송전철탑 등 인공구조물을 설치를 금지해 왔다.
문제는 전국 해역에서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 중이고 이곳 발전 전력을 내륙으로 보내려면 해저 케이블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비용이 더 들뿐 아니라 해저면 굴착으로 더 큰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일례로 신안 앞바다에 3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사업이 진행되면서 한전이 이곳과 내륙을 잇는 송전선로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중 3.8㎞ 구간이 습지보호구역이다.
한전은 이 같은 어려움을 풀고자 2022년부터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시행령 개정 필요성을 제안하는 동시에 전남도와 환경운동연합·에너지전환포럼 등 환경단체와 함께 해저케이블 공사보다 철탑 건설이 습지를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설명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한전이 신안 앞바다 습지보호구역에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려면 축구장 100개 규모인 100헥타르(㏊)의 해저면을 파내야 한다.
정부도 한전과 지자체, 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공감대 아래 기획재정부 규제혁신 대책반(TF)을 통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고, 제3기관을 통한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쳐 최근에 습지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확정했다.
국내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의 필수 요건인 전력망 구축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한전은 새 시행령 덕분에 신안 해상풍력 송전선로 사업에서만 약 3000억원의 공사비용 절감과 38개월의 공사기간 단축을 기대하고 있다. 새 시행령은 인천과 신안, 여수·고흥 등 다른 습지보호구역에도 적용되는 만큼 총 1조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게 한전의 추산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은 단순한 법 개정을 넘어 공공기관과 지자체, 환경단체가 협업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한전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과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