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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23년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술 유출 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였고, 지난 4월에는 해당 내용을 포함한 추가 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핵심 논란인 ‘외국인이 실질 지배하는 국내법인’에 대한 규제 조항은 여전히 빠져 있다. 현재 외국인 기준은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개인’ 또는 ‘외국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만 규정되어 있으며, 외국인 대표를 둔 국내 펀드는 해당되지 않는다.
실제로 한앤컴퍼니는 과거 주요 산업군에서 굵직한 인수 거래를 다수 성사시켰으나 이 같은 이유로 딜이 무산된 적은 없다. 지난 2015년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 딜 기록을 다시 썼던 때에도 시장에서 문제로 지적되지 않았다. 한온시스템의 열 관리 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에 의거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이슈가 MBK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MBK는 적대적 인수를 추진하며 피인수 기업 측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던 반면, 현재 진행 중인 인수전은 우호적 매각 구조로 피인수 기업도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이번 건은 MBK와 비교해선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기술보호 제도의 현실적 한계와 규제 범위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다. 특히 국가핵심기술의 유출 가능성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외국계 대표 PEF가 자주 등장하는 구조 자체가 제도 설계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 역시 “외국인의 국내투자 등을 통한 핵심기술기업 인수·합병이 기술유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며, 보다 정교한 심사 기준 마련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이제는 투자자의 국적보다는, 해당 자본이 얼마나 책임 있는 방식으로 기업을 성장시키느냐가 중요하다”며 “건전한 거버넌스와 장기적 밸류업 역량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