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예진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가 예상을 깨고 대규모 증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최악의 월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추가 증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에너지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OPEC+는 오는 5월에 하루 41만1천 배럴의 추가 증산에 나서기로 했으며, 이는 당초 계획보다 세 배 많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8일 배럴당 59.58달러로 마감하며 약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OPEC+의 이 같은 움직임이 표면적으로는 수요 둔화와 상반되는 듯하지만, 수익 극대화 전략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정책 변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에너지 수요에 타격을 주는 가운데, 5월 이후 계절적 수요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패트릭 드 한 개스버디(GasBuddy)의 석유 분석 책임자는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 없이 대규모 수입품 관세를 시행한 뒤, 일부를 보류하면서 유가가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 하락은 휘발유, 경유, 항공유 가격에 일부 디스인플레이션 효과를 줄 수 있어 소비자에게는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이는 불확실한 미래를 반영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WTI는 4월 들어 현재까지 약 15.5% 하락했으며, 이는 2021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OPEC+ 일부 회원국은 이달 말 회의를 열고 6월 생산량을 결정할 예정이다.
마이클 린치 전략 에너지경제연구소(SEER) 소장은 “시장 흐름은 관세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과 미국-이란 핵협상,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 다양한 변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며 “어느 하나라도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실현된 관세와 앞으로의 위협은 에너지 수요에 계속 부담을 줄 것”이라며, “7월 상호관세 도입이 다가오며 유가 시장은 ‘다모클레스의 검’ 아래 놓인 셈”이라고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