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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치매는 모든 질병 중 7번째 주요 사망원인이며 전 세계 많은 노인의 행복과 인간의 존엄성을 앗아가는 질환이다. 치매 환자의 60%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치매는 어느정도 유전적 요소가 있어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이 치매에 걸리면 본인도 치매에 걸릴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 위험이 있는 사람들도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 운동, 그리고 흡연과 과도한 음주를 피함으로써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치매와 수면과의 상관관계는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수면의 양과 질 심지어는 규칙성 등이 인지 건강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뇌 건강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의 건강을 위해 하루 7 ~9시간의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면 수면 부족이 과연 치매의 발병위험을 높이는 위험 요소일까? 우리는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잠을 더 자야 할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보스턴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규칙적으로 밤에 9시간 이상을 자는 사람들이 6~9시간 동안 자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치매 발병위험이 2배가량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잠을 더 많이 자는 사람들이 뇌의 용적도 더 작았다고 보고하였다. 과도한 수면이 치매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신경 변화의 초기 증상 때문에 잠을 더 자는 것일 수 있다고 예측하였다.
양질의 수면이라고 하는 것은 취침 후 30분 이내에 잠들기, 밤에 한번 이상 깨지 않기, 밤에 깨어 있는 시간이 20분을 넘지 않기 그리고 잠의 최소 85%를 침대에서 편하게 자는 것을 의미한다. 수면이 방해를 받으면 베타-아밀로이드 및 타우와 같은 뇌 폐기물이 축적되기 시작하여 결국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플라크와 뉴런 사이에 엉킴 현상이 발생하며 이런 현상은 치매의 증상이 발생되기 10~20년 전에 이미 시작되는 것이라고 한다.
수면 장애의 최악은 수면 무호흡증이라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은 천식, 심혈관 문제, 심방세동 및 암과 같은 다른 질병의 발병 위험도 증가된다고 하는데 물론 치매와 많은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에 숨을 멈추어 뇌에 산소를 일시적으로 덜 공급하게 되어 뇌에 저산소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뇌, MRI 사진을 보면 기억력에 중요한 축두엽의 두께가 감소했고 해마 역시 부피가 감소하였다고 보고되었다. 해마의 위축은 알츠하이머병의 특징 중 하나이다. 또한 타우 및 베다-아밀로이드의 축적도 증가한다고 하였다.
수면 무호흡증의 표준 치료법은 지속적인 양압기(CPAP)를 사용하는 것이며, 밤에 4시간만 사용해도 인지 감퇴 악화가 현저히 줄어든다고 하였다. 반대로 치매 또한 여러면에서 수면을 방해한다. 치매로 인한 수면 중추의 기능장애 때문에 잠이 줄어드는 것이며, 종종 거꾸로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깨어 있다가 낮에 잠을 자는 현상도 발생한다. 알츠하이머의 특징적인 주간 졸음은 각성을 촉진하는 뇌 영역의 뉴런 손실 때문으로 추측된다.
불행히도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자신의 이상을 감지하는 자각 능력도 떨어져 이부자리의 위생도 좋게 유지하기 어려워 이 또한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을 찾아 뵈었을 때 부모님의 이부자리 위생이 어떠한지 한번쯤 챙겨보고 많은 대화를 통해 혹시나 치매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