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예정 바이오텍 15개사, 핵심은 ‘자금창출력’

임정요 기자I 2025.01.15 07:30:59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작년에는 바이오텍 20개사가 상장에 성공했다. 올해에도 15곳 이상의 제약·바이오 분야 바이오 회사들이 상장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쏘아올릴 곳은 이미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오름테라퓨틱과 동방메디컬, 동국생명과학이다. 이 외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로킷헬스케어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투자가 얼어 붙으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 벤처들에 대한 시장 평가는 어느 때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상장예정인 업체들의 ‘자금 창출력’을 깐깐하게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데일리는 올해 상장예정 바이오텍들의 보유 현금자산 및 상장 공모규모, 자금용처 등을 점검해 봤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오름테라퓨틱, 공모금 최대 1080억→700억 하향조정에도 자신감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항암신약개발사 오름테라퓨틱은 이달 17일~23일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월 3일 확정공모가를 공시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2만4000원 ~3만원이며, 250만주를 신주발행해 600억~700억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는 새롭게 제출한 증권신고서 기준으로, 기존 계획보다 발행신주수를 줄였고 희망공모가액도 하향조정했다. 당초 계획으론 희망공모가액 3만~3만6000원에 300만주를 발행해 700억~1080억원을 조달하는 것이었지만, 축소했다.

이 같은 계획수정은 주요 파이프라인인 유방암 치료제 ‘ORM-5029’의 임상 1상에서 중대한 부작용(Serious adverse event)이 발생해서다. 오름테라퓨틱은 11월 25일 FDA의 부분임상보류(partial clinical hold) 통보를 받았고 신규 환자모집을 일시 중단했다. 이에 11월 29일 증권신고서를 철회하고 수정한 신고서를 12월에 새롭게 제출했다.

조정된 공모가 하단기준 오름테라퓨틱이 얻을 순수입금은 572억원으로, 회사는 ORM-5029(유방암), ORM-1023(소세포폐암), ORM-1153(혈액암) 개발비로 300억원을 배정했다. 프로젝트 개발을 제외한 시약재료비, 외부장비이용료 등의 연구개발비에 별도로 107억원을, 인건비 등 운영자금에는 16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ORM-5029는 이미 시험에 참여 중인 기존 환자들과는 주치의 동의를 거친 후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시험을 지속한다.

당초 계획보다 공모자금은 줄었지만 오름테라퓨틱은 공모금에만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은 아니다. 앞서 2023년 10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에 전임상단계 파이프라인 ORM-6151의 기술이전을 이뤄 1352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어 2024년 7월에는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에 ‘타깃단백질분해제’(TPD) 플랫폼 기술이전을 이뤄 207억9000만원의 매출을 인식했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작년말 기준 회사에 대략 11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이 남아있으며 연간 버닝레이트는 400억원이다. 자원배분 측면에서 외주 연구용역을 잘 활용하고 있어 상장 후에도 비용이 갑자기 상승할 일은 없을 예정이며, 상장 후 추가 조달을 진행할 일이 발생한다면 과거와 유사한 형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름테라퓨틱은 한국산업은행이 5%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상장 공모 후에는 산업은행 지분이 4.78%로 줄어들게 된다. 이 외 NH투자증권,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IMM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우리벤처파트너스, 스틱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이 오름테라퓨틱의 재무적투자자(FI)다. 주요주주들이 상장 후 1년간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와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해 도합 34.68%의 물량이 경영권 안정을 뒷받침한다.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동방메디컬 보유현금 46억, 공모자금으로 해외사업 잰걸음

증권신고서를 철회하고 재제출한 것은 동방메디컬도 마찬가지다. 연말 기관들의 북클로징으로 냉각된 공모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시간차를 두고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동방메디컬은 한방침과 미용필러로 연간 연결매출 900억원을 거두는 회사다. 한의학 회사 가운데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최초 기업으로 알려졌다.

새로 제출한 증권신고서상 동방메디컬은 16일~22일 수요예측을 거쳐 24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제시한 희망 밴드는 9000원~1만500원이며 300만주를 신주발행해 270억~315억원을 공모조달할 계획이다. 앞서 제출했던 증권신고서보다 신주발행 규모를 40만주 축소했다.

공모가 하단 기준 동방메디컬이 상장을 통해 얻을 순수입금은 265억원이다. 회사는 이 중 114억원을 인도네시아 종속기업 추가출자 및 브라질 합작법인 설립에 배정했다. 이어 차입금상환에 93억원, 용인공장 설비 증설에 47억원을 사용한다. 나머지 1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동방메디컬은 작년 3분기 말 별도기준 보유현금이 46억원에 그쳤다. 회사는 인도네시아에 한방침 공장을 세우고 있고, 최근 코오롱(002020)제약과 브라질 봉합사 시장에 진출 이후 추가로 브라질 필러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현금을 투입하고 있다.

공장 설비투자로 인한 감가상각비가 큰 만큼 이를 배제하고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EBITDA)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이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특이한 케이스다. 대부분의 바이오텍은 매출 및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R&D 기업이라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해 상장기업가치를 산정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동방메디컬의 경우 100억원대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어 EV/EBITDA 방식을 쓸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동방메디컬 상장에 대해 정통한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대상 기발행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 평가손실이 파생상품평가손실로 인식되며 영업외비용이 높게 발생했다. 영업과 무관한 내용이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끼친 점에서 이에 영향 받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평가방식으로 동방메디컬이 선정한 유사회사는 바이오플러스, 휴메딕스, 제테마, 한국비엔씨, 메디톡스다.

한편, 동방메디컬은 김근식 대표의 상장후 지분이 48.53%다. 원익투자파트너스, NH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KNT인베스트먼트, 에이스투자금융,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 등이 FI 투자했고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동국제약 자회사 동국생명과학, 안성공장 신규라인 증설

국내 조영제 시장 점유율 1위 동국생명과학도 EV/EBITDA 방식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마찬가지로 생산설비의 감가상각비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함이었다.

동국생명과학은 동국헬스케어홀딩스(옛 동국정밀화학)의 조영제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것을 흡수합병해 2017년 설립했다. 회사는 X선, CT, MRI 등 영상진단을 위한 조영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X선 조영제 ‘파미레이’를 국내 최초 ‘퍼스트 제네릭’으로 출시한 것을 강조한다.

연매출은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율은 7%~9%이며 매출채권이 해마다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작년 3분기말 기준 현금성 자산 55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이 제시한 희망 공모밴드는 1만2600원~1만4300원으로, 200만주를 발행해 252억~286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이달 20일~24일 수요예측을 거쳐 31일 확정공모가액을 공시할 예정이다. 공모가 하단을 기준으로 한 순수입금은 249억원으로, 이 중 123억원을 안성공장 완제의약품 신규라인 증설에 투입하고 75억원은 연구개발자금, 50억원은 채무상환 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상장 후 회사의 주요주주의 지분율은 동국제약 39%,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 11%, 동국헬스케어홀딩스 7% 등이다. 이 외 동국제약이 출자한 라이프밸류업사모투자합자회사가 19.65%, 에이스디티알신기술투자조합1호가 2.36%를 가졌다. 동국생명과학은 상장 당일 32%의 주식이 유통가능하며, 주요주주들은 최대 6개월의 보호예수를 약속했다. 일반적으로 최대주주들이 1년 이상의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동국생명과학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 공동주관사는 KB증권이다.

동국생명과학을 뒤이어 심사 승인을 획득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로킷헬스케어가 연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심을 신청한 엠틱스바이오, 레드엔비아, 이뮨온시아, 제노스코, 지씨지놈, 인투셀, 아스테라시스, 레메디, 프로티나 등의 심사결과도 주목된다. 지에프씨생명과학도 이전상장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외 시장 상황 등 조달여건을 고려해 예심단계에서 자진철회를 결정했던 피노바이오, 하이센스바이오, 다원메닥스, 레보메드, 진캐스트 등의 재도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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