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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시가총액이 3배로 뛴 리가켐바이오의 기업가치가 5배 이상 뛸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지난해 말 이데일리와 만나 시가총액 20조원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시총 20조원 달성 예상 시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달 26일 기준 리가켐바이오의 시총이 3조961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기업가치가 5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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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략이 맞아떨어져 리가켐은 2023년 12월 얀센과 2조2400억원 규모의 LCB84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계약의 선급금(upfront)만 1300억원 규모였다. 2022년 11월 암젠에 이어 글로벌 빅파마와 체결한 조(兆) 빅딜이 잇달아 터지면서 리가켐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2022년부터는 리가켐의 기술이전 전략에 패키지딜이라는 새로운 전략도 추가됐다. 패키지딜 방식의 기술이전은 2024년 10월 일본 오노약품공학과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처음으로 시도됐다. 리가켐은 오노약품에 전임상 단계에 있던 LCB97의 글로벌 판권을 이전하는 한편 ADC 원천기술을 이용한 ADC 후보물질 발굴·공동연구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오노약품에 리가켐의 ‘콘쥬올’(ConjuALL) 플랫폼과 페이로드를 통해 일부 타깃에 대한 ADC 후보물질을 발굴·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넘긴 것이다.
리가켐이 오노약품에 LCB97를 기술이전하면서 받은 선급금은 비공개지만 총 계약금액은 9435억원이다. 반면 플랫폼 기술이전에 따른 선급금과 계약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전 플랫폼기술보다 계약금이 2~3배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수조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고객사가 플랫폼을 일부 활용하는 대신 리가켐에서 활용 가능한 기회를 상실하는 것에 따른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도록 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앞으로 리가켐이 체결한 기술이전의 규모는 기존 규모를 크게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오노약품에 LCB97을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한 것에 대해 “이번 기술이전이 비임상 단계에 실시하는 마지막 기술이전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즉 얀센과 체결했던 LCB84 기술이전 계약처럼 선급금만 1000억원대 규모에 수조원 단위의 기술이전이 성사되는 게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세계 최다 ADC 파이프라인·세계 최고 플랫폼기술로 승부
이미 리가켐이 기술이전을 논의하는 대상은 중견제약사나 신약개발 전문회사인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에서 글로벌 빅파마들로 바뀌었다.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사장은 “지금 리가켐이 접촉하고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리가켐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리가켐이 세계 최다 ADC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콘쥬올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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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켐의 플랫폼 기술인 콘쥬올은 세계 1위 ADC 플랫폼기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콘쥬올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비임상, 임상 파이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ADC 플랫폼기술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다수의 기술이전에도 콘쥬올 플랫폼이 활용됐고, ‘최고의 ADC 플랫폼 기술’(Best ADC Platform Technology)로 여러 차례 수상하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로 인정받았다.
ADC 개발사들이 속속 글로벌 빅파마의 품에 안기면서 리가켐의 글로벌 기술 거래 경쟁자가 제거된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ADC 연구개발에 특화된 기업을 인수하거나, ADC 개발사의 플랫폼이나 약물을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개발하는 방식으로 ADC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2023년 12월 시젠(Seagen)이 화이자(Pfizer)에게, 이뮤노젠(Immunogen)이 애브비(AbbVie)에게 각각 인수됐다.
ADC는 전통적인 화학항암제 치료제를 대체하며 1400억달러(한화 약 205조원) 이상 규모의 시장을 열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각광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ADC 시장은 2023년 86억달러(약 13조원)에서 2030년까지 459억달러(약 67조원)까지 연평균 2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DC 관련 기술 계약은 2019년 이후 급증하며 2023년에는 거래 규모가 1670억달러(약 245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임상 관련 모멘텀 줄줄이 대기
올해부터 다양한 임상 관련 모멘텀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리가켐은 핵심 파이프라인(Key Pipeline)으로 LCB14, LCB84, LCB71, LCB97을 제시했다.
우선 리가켐바이오의 첫 번째 상용화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LCB14 관련 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포순제약은 2025년 상반기 LCB14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고 2026년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2025년 상반기 내에 LCB14의 중국 내 유방암 임상 3상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얀센에 기술수출한 LCB84의 글로벌 임상 1상을 마치고 해당 임상의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얀센이 임상 1상 이후 LCB84를 단독 개발하기로 결정한다면 리가켐바이오에 약 2600억원의 기술료를 제공해야 한다. 해당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종료될 수도 있다.
중국 시스톤(CStone)에 기술이전된 LCB71(CS5001)은 2024년 12월 글로벌 임상 1b상 환자 등록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림프종 환자 대상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에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LCB71의 고형암 임상 1상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오노약품에 2024년 10월 기술이전한 LCB97도 이르면 2025년에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 1상 IND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LCB97의 임상 1상 IND를 FDA에 제출하는 시기는 2025~2026년 사이로 예상한다”고 했다.
더 구체적인 계획은 2025년 상반기에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사장은 “내년 봄이나 여름 사이에 제2회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글로벌 R&D 데이 콘퍼런스를 열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소상히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리가켐은 지난해 6월 제1회 리가켐바이오 글로벌 R&D 데이 콘퍼런스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