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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되는 미·중·일 의료용 대마 규제...국내 최대 수혜 기업은

유진희 기자I 2025.01.24 08:32:07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 의료용 대마 ‘헴프’(THC 0.3 이하)에 대한 규제 완화가 잇따라 이뤄지면서 국내 관련 제약·바이오 기업도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원천기술을 보유한 네오켄바이오 등이 이를 바탕으로 큰 도약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게티이미지)


◇WHO, 마약서 대마 제외 후 각국 규제 완화 속도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일본, 프랑스 등에 이어 미국도 헴프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는 대마초 규제 완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통령 후보 시절에도 “플로리다주 주민으로서 나는 11월 (기호용 대마초 허용 법안에)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며 “우리는 성인이 안전하고 검증된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주 정부 차원에서 허용하던 헴프의 합법화가 연방 정부 차원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 등 미국 내 40여개 주 정부가 현재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하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선 대마초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헴프의 규제 완화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다. 일례로 보수적이었던 프랑스 정부도 대마초의 의료적 사용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야니크 뇌데르 프랑스 신임 보건 장관은 올해 초 현지 파리의 한 병원을 방문해 “다른 약물로는 완화하기 어려운 통증 치료를 위해 의료용 대마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암이나 근육 경직, 안면 통증 등과 관련된 새로운 치료법의 하나로 의료용 대마초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중국과 일본도 각각 ‘제2종 전구체 화학물질로 관리’, ‘대마단속법 및 마약·향정신성의약품단속법 개정 시행’ 등을 통해 헴프 사업의 양성화를 공식화했다. 이들 국가를 포함하면 현재 50여 국가에서 의료용 대마를 허용하고 있다.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받아들인 UN 산하 마약위원회가 60년 만에 대마를 마약 목록에서 제외하면서 각국의 분위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가치도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헴프 시장은 2022년 277억 달러(40조원)에서 2027년에는 823억 달러(120조원)로 커진다.

(사진=네오켄바이오)


◇씨티씨바이오 등 올 들어 주가 상승세...네오켄바이오 최대 수혜 기대

이 덕분에 씨티씨바이오(060590)(의료용 대마 제제 기술 확보), 화일약품(061250)(의료용 대마 치료제 특허 보유 카나비스메디컬 최대주주), 우리바이오(082850)(의료용 대마 재배) 등 국내 관련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도 올해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계엄 이슈 등의 하락장 속에서도 예외적으로 주가가 오르며,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코스닥 상장을 도전하는 네오켄바이오도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네오켄바이오는 2021년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출자회사가 모태다. 의료용 대마에서 뇌전증 등 중추신경계 치료 천연물질인 칸나비디올(CBD)을 고순도로 추출하는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헴프에 미량으로 남은 마약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을 100% 제거해 순수한 CBD만 제조하고, 생산단가도 크게 낮출 수 있는 게 특장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랙슨(Tracxn)의 의료용 대마 바이오벤처 가치 평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네오켄바이오의 세계 13위 수준이다. 세계 의료용 대마 기반 바이오벤처 259개 기업의 투자유치 현황, 원천기술 가치 등을 종합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세계 20위권에 포함된 것은 네오켄바이오가 유일하다. 2021년 설립된 네오켄바이오는 2년 만에 시리즈 A, B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약 15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기업가치를 550억원 규모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동남아 공장 설립 등으로 안정적 매출 구조를 확보하며, 올해 진행되는 시리즈 C에서 1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지수가 이번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네오켄바이오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영국 GW파마슈티컬스의 CBD 기반 소아용 뇌전증치료제 ‘에피디올렉스’의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네오켄바이오는 2년 내 에피디올렉스 대비 3분의 1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을 방침이다.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에피디올렉스는 관련 매출이 출시 1년 만인 2019년 3억 달러(약 4400억원)에 달한다. 에피디올렉스의 1병 가격은 160만~170만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국내 뇌전증 치료 환자는 19만명, 시장 규모는 1300억원이다. 네오켄바이오는 에피디올렉스 제네릭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국 네오켄바이오 사장은 “이미 대마 소재 등을 활용해 수익을 실현하고 있고, 올해 관련 매출만 50억원 이상 내는 게 목표다”라며 “올해를 아시아 1위, 세계 10위의 의료용 대마 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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