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통풍 시장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에 따르면 전세계 통풍환자 수는 2020년 5580만명에서 2050년 958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는 현재 830만명 통풍 환자가 있으며 그 중 20만명 가량이 기존 치료제에 불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통풍 환자수는 1600만명 정도로, 미국의 두 배에 달하는 대형시장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약 51만명의 통풍환자가 있었다.
통풍은 전세계에서 가장 흔한 염증성 관절염이다. 주로 30대~50대 남성에서 발생하며, 폐경 후 여성에서도 관찰된다. 최근엔 식생활습관 변화로 젊은 연령층에서도 통풍 환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발병 원인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고요산혈증)와 관련 있다. 요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한 ‘퓨린’을 대사하고 남은 산물인데, 혈중에 너무 많은 요산이 있을 경우 요산결정이 관절에 침착되어 통풍으로 발전할 수 있다. 고요산혈증의 정도와 기간에 비례해 1단계 무증상 고요산혈증, 2단계 급성 통풍성 관절염, 3단계 간헐기 통풍, 4단계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이어진다.
보통 엄지발가락에 많이 생기고 관절이 붓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극심해 거동이 불편해지며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외형상 변형이 올 수도 있다. 만성질환으로 발전하게 되면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식단관리도 요구된다. 퓨린이 많이 함유된 위험식단으로는 붉은고기, 내장고기, 고등어, 새우와 랍스터 같은 조개류, 달콤한 음료, 맥주, 치킨 등이 지적된다.
◇보편치료제는 ‘요산강하제’… 이를 보완할 요산분해제·재흡수저해제도 주목
|
당장 통풍 1차 치료제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물은 알로푸리놀(Allopurinol)로, ‘잔틴 산화효소’를 억제해 요산 생성을 막는 요산강하제다. 2차 치료제인 페북소스타트(Febuxostat)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둘은 부작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알로푸리놀의 경우 약효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되며, 중증피부이상반응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아시아권 환자에서 부작용 발생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북소스타트는 심혈관계 사망률이 알로푸리놀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져 뒤늦게 2차 치료제로 강등됐다. 배출을 촉진시키는 요산분해제나 재흡수억제제의 경우 약가가 비싸거나 간독성 등의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출시된 의약품에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차세대 통풍 치료제는 다각화되고 있다. 요산강하제에 더불어 배출촉진제 쪽으로 연구개발(R&D)이 집중되는 추세다.
가장 개발 속도가 앞선 것은 스웨덴 소비(Sobi)의 요산분해효소제 ‘SEL-212’가 있다. 작년 7월 미국 FDA에 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SEL-212는 ‘페가드리카제’와 약물내성저해제(ImmTOR) 병용법으로, 페길화된 요산분해효소가 요산을 하위단위인 알란토인으로 쪼개어 신장을 통한 배출을 용이케 한다. 소비는 SEL-212을 2020년 셀렉타 바이오사이언스(Selecta Biosciecnes)로부터 기술도입해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지역에서 권리를 확보했다.
소비의 페가드리카제는 암젠의 ‘페글로티카제’가 경쟁약물이다. 페글로티카제는 앞서 2010년 FDA 허가를 받은 요산분해제로, 난치성으로 요산 조절이 안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3차 치료제 정맥주사제다. 약가가 값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지약품(Fuji Yakuhin)의 요산배출촉진제 ‘도티뉴라드’도 주목된다. 2020년 일본에서 최초 품목허가를 받은 후, 에자이(Eisai)가 기술도입해 작년 태국과 중국에서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에서는 유리카테라퓨틱스(Urica Therapeutics)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어 진출시장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도티누라드는 요산을 신장으로 재흡수하는 URAT1을 저해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요산의 양을 늘리는 기전이다. 앞서 출시된 URAT1 저해제들 대비 더욱 선택적인 작용을 해 부작용을 줄인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아쓰로지테라퓨틱스(Arthrosi Therapeutics)도 URAT1 저해 기전의 배출촉진제 ‘AR882’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기존 요산강하제에 불응하는 통풍 환자 750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까지 환자모집을 완료하고 2026년 말 임상을 완료한다는 타임라인이다.
임상 2상 단계 이하로 확장하면 연구되고 있는 통풍 치료제 물질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10월 특허가 만료된 노바티스의 인간단일항체 통풍치료제 ‘카나키누맙’의 바이오시밀러들도 속속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티굴릭소스타트’ vs. JW중외제약 ‘에파미뉴라드’
국내에선 LG화학(051910)과 JW중외제약(001060)이 기존 약물을 대체할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신약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요산강하제, JW중외제약은 요산배출촉진제를 개발하고 있어 각기 다른 전략이 주목받는다. 양사 모두 핵심 시장인 중국에 파트너사를 확보해 둔 상태다.
LG화학의 티굴릭소스타트는 알로푸리놀, 페북소스타트와 같은 잔틴 산화효소 억제 기전의 요산강하제로, 임상 3상을 통해 기존약 대비 개선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글로벌 임상 3상은 티굴릭소스타트를 위약(가짜약)과 비교하는 ‘유렐리아1’과 알로푸리놀과 비교하는 ‘유렐리아2’로 진행하고 있다. ‘유렐리아 1’의 경우엔 작년 11월 결과 발표에서 위약 대비 유효성 및 위약군과 유사한 안전성 지표를 확인했다. 이어 12월에는 중국 바이오기업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에 티굴릭소스타트의 중국지역 개발과 상업화 독점 권리를 기술이전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요산강하제와 배출촉진제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하냐는 작용기전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두 작용기전이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약을 하나만 먹고 치료가 된다면 좋겠지만, 만성질환이라는 특성상 다양한 치료옵션이 있는 것이 환자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의 에파미뉴라드는 URAT1 저해제로, 다수의 글로벌 경쟁사가 현재진행형으로 R&D 속도를 다투고 있다. 에파미뉴라드의 임상 3상은 아시아 5개국(한국,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총 588명의 통풍 환자를 대상으로 페북소스타트 대비 혈중 요산 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지난 2019년에는 중국 심시어제약에 중국, 홍콩, 마카오 지역 대상 개발 및 판권을 기술수출한 바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통풍 환자 중 90%가 요산 배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라 배출촉진제의 필요성이 크나, 시판 중인 URAT1 억제제의 부작용 우려 때문에 요산강하제가 더 많이 팔리는 것”이라며 “임상 결과를 통해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