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은 최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S-PASS를 활용한 당뇨·비만치료제 개발 전략을 공개했다. 개발 전략은 크게 당뇨·비만 제네릭 개발과 개량신약 개발로 나뉜다.
제네릭의 경우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해 블록버스터 당뇨·비만치료제로 등극한 세마글루타이드를 대상으로 한다. 특허회피 전략으로 물질허가가 종료되는 2026년부터 판매를 개시한다는 전략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비만치료제 위고비, 당뇨치료제 오젬픽의 성분명이다. 개량신약의 경우 주사제형인 터제파타이드(일라이 릴리 젭바운드), 리라글루타이드(노보노디스크 삭센다)를 세계에서 첫 번째로 경구용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삼천당제약은 개발에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자사 핵심 경구용 인슐린 플랫폼인 S-PASS 때문이다. 당뇨·비만치료제 제네릭과 개량신약 개발 모두 S-PASS 플랫폼을 활용하게 된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라이 릴리와의 협업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업계에서는 S-PASS 플랫폼이 입증된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
◇중국도 포기한 S-PASS, 임상 1상 여전히 공회전
S-PASS 플랫폼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와 함께 삼천당제약의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하지만 그에 비해 S-PASS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확인된 것이 많지 않다. 나노-미셀 복합체(Micelle-Complex) 등을 단백질 수송체로 활용해 경구용 약물의 위장관 내 흡수와 침투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점만 알려져 있다. 이 외 삼천당제약은 S-PASS 기전에 대해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휴먼 파일럿 스터디라는 선행연구 결과뿐이다. 12명의 건강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포도당 주입 후 SCD0503 또는 위약을 투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경구용 인슐린이 흡수돼 체내 생성해야 하는 인슐린양이 줄어 위약군 대비 효과를 입증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서로 다른 특징과 조건들을 가진 개별 연구를 통합해 검정력과 정밀성을 높이는 통계적 분석이 적용되지 않은 자의적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특히 삼천당제약은 2021년 중국 통화동보와 S-PASS를 활용해 경구용 인슐린 임상 1상 및 개발 텀싯 계약을 체결했지만, 12번의 정정공시 끝에 파기됐다. 중국 임상 1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글로벌 임상 1상후 본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뇨병용제 개량신약으로 개발하겠다던 SCD503은 물론 또 다른 당뇨병용제 SCD506은 2018년 8월 제형개발 연구를 시작했지만, 8년 가까이 임상 진입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삼천당제약 S-PASS 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된 부분이 없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S-PASS에 대한 평가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노보노디스크 경구제 기술 흡수증진제(SNAC)와 유사하지만, 특허 회피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라면서도 “아직 공개된 자료가 없어 기술적 차별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구용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 관계자는 “삼천당제약의 S-PASS 기술은 아무리 찾아봐도 정보가 제한적이다.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기술이전 하거나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기 위해 자사 플랫폼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홍보를 하는데, 삼천당제약은 오히려 감추는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데이터 없는 S-PASS, 생동성 시험만으론 제네릭 개발 불가?
경구용 S-PASS 플랫폼이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여러 데이터가 공개돼야 한다. 비만치료제 개발사 임원은 “당뇨비만 경구용 플랫폼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펩타이드 함량, 반감기, 흡수율 데이터 등이 필요하다”며 “임상을 통해 이런 구체적인 데이터가 확보돼야 한다, 안전성 역시 임상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천당제약은 공식적으로 S-PASS에 대한 임상을 단 한 번도 진행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플랫폼 가치나 유효성 입증을 위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데일리는 과거에도 데이터가 없다는 지적을 한 바 있는데, 당시 일각에서는 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 삼천당제약이 임상 1상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바 있다. 하지만 2년이 넘은 시점인 현재까지도 회사는 임상을 진행한 바가 없다.
삼천당제약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당뇨 치료제 리벨서스 제네릭 개발을 위한 생동성 시험 언급에도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제네릭 개발을 위해 생동성 시험(Be-study)을 유럽 쪽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에서는 관련 임상정보 사이트에서 삼천당제약 세마글루타이드 생동성 시험에 대한 내용은 검색되지 않았다. 다만 유럽 등에서 생동성 시험을 진행할 경우 관련 정보를 임상정보 사이트에 꼭 등록하지 않아도 돼 신청 및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렵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생동성 시험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대부분 국내에서 진행한다. 해외에서 하는 경우에도 미국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굳이 유럽에서 생동성 시험을 진행한다는 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삼천당제약이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생동성 시험 외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이 필요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비만치료제 개발 및 경구용 플랫폼 개발사 연구총괄은 “리벨서스는 노보노디스크가 경구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흡수 촉진제인 SNAC에 대한 제형 특허 기반이다. SNAC의 경우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것”이라며 “삼천당제약 S-PASS 플랫폼으로 SNAC 특허를 회피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생동성 시험과는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생동성 시험은 소규모 임상을 통해 효력적인 측면에서 동등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안전성의 경우 S-PASS 플랫폼이 임상을 통해 입증하지 않았다면 이에 대한 정규 임상을 진행해 입증해야 한다”며 “기존에 했던 12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휴먼 파일럿 스터디로는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데일리는 삼천당제약 측에 △생동성 시험 문제 △S-PASS 플랫폼 임상 1상 하지 않는 이유 △일라이 릴리와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 협업 가능성 등 여러 질문을 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