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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NO·콜드체인NO…라파스, ‘붙이는 약’으로 게임체인저 노린다[편즉생 난즉사]①

나은경 기자I 2025.04.11 09:05:02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이 국내에서 약동하기 시작한 지 40년. 그사이 수많은 기업이 부침을 겪으며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후발주자로서 효과나 성능만으로는 길게는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알테오젠(196170), 펩트론(087010) 등은 성공의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한다. 요컨대 효능과 성능은 기본, 핵심 경쟁력은 편의성이다. 즉 편리하면 흥하고, 사용하기가 어려우면 사라지는 ‘편즉생 난즉사’(便則生 難則死)의 시대다. 이 트렌드에 올라타 승승장구하는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다크호스를 이데일리가 톺아봤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올해는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 패치 개발사 라파스(214260)가 쌓아온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화장품으로 마이크로니들 패치 대량생산 기술을 입증해온 라파스는 올해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을 전문의약품에 접목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체화하고,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을 플랫폼화해 비독점 기술수출 계약의 물꼬를 트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주사공포’엔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대안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환자의 편의성과 유통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제약사들이 눈여겨보는 기술이다.

이제까지 도네페질 패치 등 전문의약품을 파스와 같은 첩부제 형태의 패치로 개발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 접착제와 약물이 패치에 함께 발라진 형태라 흡수량은 적고 피부염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시장에서 많이 선택받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세대 패치제로 떠오른 것이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이다. 마이크로니들 패치란 1997년 마이크로니들 제작 연구논문이 세계 최초로 발표되면서 시장에 등장한 기술이다. 라파스의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1㎜ 이하 샤프심 굵기의 미세바늘 형태로 굳힌 의약품이 피부 속에서 서서히 녹으면서 인체에 약물을 전달한다.

라파스의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확대한 모습 (자료=라파스)


패치에 미세바늘이 촘촘히 박혀 피부장벽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최소 침습으로 약물 침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로 전문의약품을 개발해 약물이 피부장벽을 통과했다는 것을 입증하면서 이를 대량생산하는 데 까지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라파스는 지난해 12월 종료된 대원제약(003220)과의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화 임상 1상으로 전문의약품의 마이크로니들 기술 접목 가능성을 확인했다.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피하주사제형(SC) 대비 30%의 생체이용률을 보였으며, 패치에 탑재한 약물의 용량에 따라 체내 혈중약물 농도가 바뀌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향후 패치 내 약물 용량 조절을 통한 제형 최적화 가능성도 봤다.

전문의약품은 아니지만 화장품 및 일반의약품에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을 적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함을 입증하기도 했다.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화장품 및 일반의약품으로만 국내·외에서 연 2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낸다.

현재 개발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비만약은 1일 1회 주사를 맞거나 주 1회 주사를 맞는 형태다. 제형 개발로 주기가 길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경구용 비만약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사 자체에 공포심을 가진 환자들에게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좋은 선택지다. 주사에 비해 바늘의 길이가 짧아 통증이 덜하고 패치를 붙이는 형태이므로 바늘이 들어가는 것이 환자의 눈에 보이지 않아 여러모로 공포심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꼭 비만약이 아니어도 주사를 무서워하거나 쓴 가루약, 큰 알약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영·유아들에게 약을 줘야 하는 보호자들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보호자들은 다른 제형의 약물보다도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약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상온유통 가능해 백신 개발에도 기대감 증폭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또 다른 장점은 상온보관이 가능하고 보관이 간편해 유통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저개발국에 주로 유통되는 백신에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이 적용됐을 때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도현 라파스 대표


가장 흔한 형태의 기존 백신은 유리 바이알에 담긴 액상 형태의 의약품이다. 이들은 유통과정에서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유리 바이알에 담겨 부피가 크며 운송과정에서도 주의가 요구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팬데믹 기간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다.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가 개발한 것이 영하 75도, 모더나 영하 20도,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이 개발한 것은 영상 2~8도에서 보관해야 약효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저개발국가들이 백신을 유통하고 보관할 초저온 콜드체인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온보관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이들이 손에 꼽는 난제 중 하나다.

나숙희 라파스 연구소장은 “원료의약품(API)의 유효성분에 따라 유통가능한 온도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마이크로니들은 기본적으로 고형화제제이기 때문에 액상형태의 의약품보다 약물안정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라파스 역시 B형간염 백신을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접목시킨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라파스는 글로벌 1위 백신제조기업 인도 세럼인스티튜트(Serum Institute)로부터 B형간염 백신 API를 수령해 연내 동물 대상의 전임상시험을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 중 마이크로니들 패치 B형간염 백신 임상 1상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도현 라파스 대표는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백신을 만들면 저개발국에서 상온유통이 가능해지므로 대량생산으로 빠르게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빌 게이츠 재단이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관심을 갖고 연구비 등을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세마글루타이드 패치(비만약 패치) 완제품의 상온에서의 약물안정성을 모두 확인했고, 이는 B형간염 백신에서도 유사하게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세럼의 B형간염 백신 API는 WHO로부터 사전적격성평가(PQ)를 통과한 의약품이기 때문에 그 원료로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만들면 향후 PQ 인증에도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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