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삼천당제약(000250)이 PCT(특허협력조약) 출원했던 S-PASS 원천 기술 특허 출원이 개별국가 특허 출원 및 등록을 위한 국내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특허청(EPO)에서 S-PASS 원천 기술 특허를 검색한 결과 2022년 7월 22일 PCT 특허 출원이 철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천당제약은 2019년 8월 14일 PCT 출원한 S-PASS 원천 기술 ‘경구 투여용 고형 제형 및 그 제조 방법’(Oral Solid Dosage Form and Method for Preparing the Same)에 대해 국제조사(ISA) 결과 청구항(1~11항) 대부분에서 진보성이 결여됐다는 판단으로 특허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해당 국제조사보고서(ISR)는 2020년 10월 27일 발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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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국제조사보고서를 수령한 후 출원인은 해당 특허 유무 판단에 이의제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ISR은 최종 판단이 아닌 의견이기 때문이다. 먼저 국제조사기관으로부터 특허성을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국제예비심사를 청구해 이의제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출원서를 수정하거나, 특허성이 있다고 설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해 국제심사관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개별국가로 진입해 심사를 받는 방법도 있다. 해당 국가 특허기관으로부터 다시 한번 특허성 유·무를 판단 받을 수 있는데, 국가별로 출원인 의견서나 수정 청구항을 제출할 수 있다. 실제로 특허 등록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삼천당제약은 S-PASS PCT 출원 기술에 대해 ISR을 수령한 후 일정 기간에 이의제기나 개별 국가로 진입하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법인 제약바이오 전문 변리사는 “PCT는 특허를 출원하겠다고 신청하는 서류로 이해하면 된다. 특허가 소멸하거나 취소된 경우에도 출원 특허가 공개가 된 경우 기록이 남는다”면서 “(S-PASS 원천 기술)특허 출원이 철회됐다는 것은 개별국 진입을 하지 않아서 철회로 간주했다는 뜻이다. 특허 보호를 받고자 하는 국가에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허권이 발생한 국가는 없는 상태다. PCT 출원한 흔적만 공개문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천당제약, 이의제기하지 않은 속내는
결과적으로 삼천당제약이 자체 개발했다는 S-PASS 원천기술(WO2021029467)은 이미 기술이 공개된 기존 연구와 기술 차별성이 없고, 그 어떠한 국가에서도 특허권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S-PASS를 활용한 사업 전략 공개 후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 체결, 투자 유치 등 일련의 과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한 시점에 기술 특허권 확보를 위한 그 어떠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삼천당제약이 사실상 S-PASS 원천기술 특허를 자진 포기한 것은 국제조사 판단을 뒤집을 자신감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변리사는 “삼천당제약이 PCT 출원 후 개별 국가 특허 등록을 위한 후속 단계를 밟지 않은 것은 국제조사의 특허성 부정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특허가 없으니 해당 기술로 진행 중인 관련 사업을 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다만 2019년 출원한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후속 출원이 있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 연구원도 “특허성 판단을 받은 후 후속 진행 행위가 없어 특허가 철회된 만큼 해당 기술로는 관련 사업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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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T 출원한다던 2세대 기술 5년째 오리무중
실제로 삼천당제약은 2020년 7월 기업설명회(IR)에서 S-PASS 2세대 기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회사는 “2세대 기술 개발로 항암제 등 최신 바이오 의약품들의 경구화가 가능해졌다”며 “2020년 PCT 출원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기술은 약물을 블록식으로 감싸는 방식으로 별도 셀(Cell)이 필요없고, 분자 크기 및 무게에 상관없이 경구용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국내외 특허 사이트 등을 확인한 결과 S-PASS 원천기술과 다른 기술이나 2세대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 및 특허 등록이 검색되지 않았다. 2020년 내 PCT 출원했다면 출원일로부터 18개월 후 국제공개가 되고, 개별국 특허 등록 등 후속 과정을 진행했다면 30~31개월 후에는 어떤 국가에서라도 기록이 남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S-PASS 기술에 대한 후속 출원이나 또 다른 기술에 대한 출원이나 특허 등록 시도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고로 경구용 기술 ‘오랄링크’(ORALINK)를 자체 개발해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디앤디파마텍(347850)은 삼천당제약 경쟁자로도 꼽히는데, 2020년 PCT 출원 후 올해 3월 일본에서 특허 등록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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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리스 검색 결과 실제로 삼천당제약이 1996년부터 현재까지 출원한 특허는 32개로 이중 S-PASS 기술과 관련된 발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출원된 특허는 2건으로 ‘안과용 현탁액 조성물의 제조방법’, ‘안과용 제형을 포함하는 시린지’였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원된 특허도 5건이 있었지만 모두 S-PASS 또는 경구용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변리사는 “삼천당제약이 특허 출원한 특허는 안과제형 위주 특허가 대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변리사 조력하에 유료 특허 데이터베이스(DB)를 살펴본 결과 공개 특허 기준 삼천당제약의 S-PASS 및 경구용 인슐린 관련 특허 기술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동안 삼천당제약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에 적용되는 프리필드시린지(PFS, 사전충전 주사기) 기술 특허에 대해 PCT 출원부터 특허 등록까지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특허증까지 공개한 바 있는데, 유독 S-PASS 기술 특허에 대해서는 PCT 출원 소식 외에는 현재까지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참고로 S-PASS 원천 기술을 개발했던 전형균 삼천당제약 중앙연구소장은 2023년 초 퇴사했다.
다만 출원인 이름이 살짝 다르거나 띄어쓰기 차이 등으로 간혹 특허 검색이 누락될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들을 위해 삼천당제약 측의 정확한 사실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는 사실 확인을 위해 삼천당제약 측에 △PCT 출원한 S-PASS 원천 기술 개별국 진입을 하지 않은 이유 △또 다른 S-PASS 특허 출원이나 등록된 기술 존재 여부 등에 대해 문의했지만 “적절한 시기가 되면 보도자료나 공시를 통해 얘기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