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AI 검색
AI

집은 합격, 사람은 불합격[세금, 그 후]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최정희 기자I 2026.10.24 00:00:03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015년 가을, 김 씨는 경기도에 아파트를 사서 그해 11월 말 아내, 자녀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이 아파트에서 가족과 함께 약 1년 10개월을 살았다.

그리고 2017년, 김 씨는 여행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아내, 자녀와 함께 해외로 출국했다. 김 씨는 가끔 한국에 들어와 이 아파트에서 지내다가 2024년 9월, 아파트를 팔고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를 냈다.

그런데 김 씨는 자신이 1세대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씨는 2026년 1월 세무서에 ‘나는 1세대 1주택자’라며 양도세를 비과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세무서는 이를 거절했다. 김 씨는 해외에서 사업을 했지만, 그동안 종합소득세에 부가가치세까지 내왔는데 1세대 1주택자로 인정을 못 받는다는 것이 억울했다. 4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김 씨. 김 씨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가족 모두 해외로, 그래도 내 일터는 ‘한국’

여행업을 결심한 김 씨. 2017년 9월 가족과 함께 해외로 떠났지만, 경기도 아파트는 팔지 않았다. 주민등록 주소지도 그대로였다.

이후 김 씨는 2019년 5월, 한국에 ‘A’라는 여행사를 등록했다. 김 씨가 해외에 살면서 여행업을 하지만 고객과 매출은 한국에서 발생했다. 얼마 뒤 2020년 코로나19가 터졌다. 여행업이 마비된 상황.

김 씨는 2020년 10월 한국에 들어와 2021년 10월까지 해당 아파트에 거주했다. 아내와 자녀는 해외에 둔 채로 김 씨만 홀로 와서 약 1년을 지내게 됐다. 가족들은 비행기가 끊겨 함께 오지 못했다고 한다. 2021년 10월, 김 씨는 다시 해외로 떠났다.

2024년 9월, 김 씨는 한국에 입국해 아파트를 팔았다. 가족 전원이 ‘해외 체류 중’이라고 신고했다. 아파트를 파느라 4일만 있다가 출국한 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아파트를 판 돈에 대한 양도세도 모두 납부한 상태였다.

1년쯤 넘게 지난 올해 1월, 김 씨는 자신이 가진 아파트는 경기도에 한 채밖에 없었던 데다 9년이나 보유했고, 심지어 살기도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자격이 된다는 생각이었다.

세무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대상은 거주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무서가 보기엔 김 씨는 비거주자였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이다. 둘 중 하나만 해당돼도 거주자가 된다. 주소는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및 국내 자산 유무,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직업을 가진 경우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세무서가 보기에 김 씨는 거주자가 아니었다.

김 씨는 2017년 가족과 해외로 출국한 이후 2019년엔 23일, 2020년엔 77일, 2021년 213일, 2022~2023년엔 0일, 2024년엔 4일 머물렀다. 김 씨의 아내와 자녀는 2018년 11일, 2019년 16일 머물렀고 2020년부터 2023년엔 아예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파트를 팔았던 2024년, 아내는 아예 안 들어왔고 자녀만 46일 체류했다.

김 씨는 2024년에 국내 A사업장을 통해 번 사업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까지 성실하게 납부했는데 거주자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세금을 낼 때는 거주자 취급하고, 세금을 깎아달라고 하니까 비거주자라고 하니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 심지어 김 씨의 국민건강보험자격도 국내 지역가입자로 돼 있었다. 해외 비자가 있긴 하지만 2026년 3월에 만료되는 단기취업비자에 불과하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내가 만약 비거주자라면 사업소득이 ‘비거주자의 국내원천 사업소득’으로 분류돼 별도의 과세 방식이 적용됐을 텐데 세무서에선 내가 낸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신고에 대해 거주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권을 행사해놓고, 양도세에 대해서만 김 씨를 비거주자로 취급하는 것은 일관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무서는 해외에 사는 사람도 한국에서 번 돈은 한국에서 낸다고 반박했다. 세무서는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를 낸 것은 납세의무를 이행한 것이고, 1세대 1주택 비과세가 되는 지 여부는 거주자냐, 아니냐에 따라 갈리기 때문에 앞서 낸 세금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아파트를 파는 해, 당신의 정체는

그러나 조세심판원(2026소2396)도 김 씨의 편이 아니었다.

김 씨의 아파트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2015년에 산 집이라 실거주 요건 없이 2년 이상 보유만 하면 됐고, 김 씨는 9년을 보유했다. 문제는 집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비과세는 ‘집을 파는 날’ 그 사람이 거주자인지를 보는데, 집을 팔았던 2024년 9월 4일의 김 씨는 가족도, 일도, 삶도 해외에 있는 사람이었다.

심판원은 김 씨의 사업이 국내에 거주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인지를 먼저 따졌다. 2019년에 국내에서 A 사업장을 두고 국내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고 해도 김 씨가 굳이 국내에 머물 이유는 없다고 봤다. 실제로 2024년, 고작 나흘만 국내에 있었는데도 사업소득이 발생했다.

한국에 함께 사는 가족이 있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봤다. 그러나 아내는 2024년 한국에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었고, 자녀도 46일만 머문 게 다였다.

결정문에 따르면 김 씨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인 것은 맞지만, 2022~2024년 보험료 납입 기록이 없었다. 단기취업비자라던 해외 비자는 아파트를 팔기 석달 전인 2024년 6월 발급받은 복수입국비자였다.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도 김 씨가 스스로를 ‘거주자’라고 판단해 신고했을 뿐, 세무서에서 ‘당신은 거주자예요’라고 세금을 거둔 것은 아니라는 게 심판원의 판단이다. 비거주자라도 국내에 사업장이 있는 경우엔 종합과세 대상이다. 부양가족 공제 등 일부 공제를 못 받는 차이가 있을 뿐, 거주자라고 신고했을 때와 신고 방식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김 씨는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아예 받을 수 없었을까. 김 씨는 결과적으로 두 번의 기회를 날렸다.

2017년 출국한 후 2년 이내에 팔았더라면 비과세 혜택을 노려볼 수 있었다. 가족이 모두 해외로 나갈 경우 출국 후 2년 내 판 집은 비과세된다. 해외 이주나 1년 이상 해외에서 일하거나 공부해야 하는 사유가 있을 때 해당된다. 다만 회사 발령이 아닌 본인 사업 때문에 나간 김 씨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또 한 번은 김 씨가 2021년 한국에서 213일을 거주했을 때다. 183일 이상 머문 만큼, 이때 팔았다면 거주자라고 주장할 근거가 지금보다 훨씬 강했을 것이다.

세법에선 집이 한국에 있어도 내 삶 자체가 해외에 있으면 비거주자로 본다. 주민등록 주소지를 남겨도, 한국에 사업장이 있어도, 한국에서 세금을 내도 이는 변하지 않는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