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용호상박 K바이오]'매출보장'이라는 ARS 치료제, 미국정부와 계약 가능성은

석지헌 기자I 2025.01.24 09:05:16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네오이뮨텍(950220)과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이 미국 국방부가 국가 전략 물자로 비축해 두는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치료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의약품 특성상 동물실험만 해도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한 만큼 빠른 시일 내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 미국 정부와 곧바로 계약이 가능해 별도의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유리한 특성으로 꼽힌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6일 업계에 따르면 네오이뮨텍은 내년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치료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이르면 올해 상용화 실험 마지막 단계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 회사 모두 기존에 없던 ARS 치료제 개발을 목표한다는 점,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실험을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미국 정부와 계약은 ARS 치료제의 개발 지원 및 구매를 담당하는 기관인 미국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을 통해 진행되지만,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NIAID와의 협업 경험은 계약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ARS는 단시간에 대량의 방사선에 노출될 때 발생하며, 면역 체계와 골수를 심각하게 손상시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다. 치료제 개발 과정은 통상적인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교적 간결하다. 방사선이나 탄저균과 같이 생물무기 관련 질환 치료제는 윤리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을 할 수 없다. 대신 두 가지 이상의 동물종에서 효능을 입증하면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ARS 발생률은 높지 않으나, 미국 정부로부터 오는 수요는 꾸준하다. 미국 정부가 ARS 치료제 등을 국가 전략 물자로 비축해두고 있어서다. 의약품을 다 쓰지 않아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 후 다시 채워놔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정권이나 정부 예산 등에서 변수가 생기면 계약 규모가 바뀌거나 재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존재한다.

◇연 매출 1000억원 보증수표?

이와 관련해 글로벌 제약사 암젠은 지난 2022년 미국 복지부와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엔플레이트’를 ARS 치료제로 구매하는 계약을 2억9000만달러(약 3700억원) 규모로 체결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략 물자구매는 3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 시 연간 1000억원 수준의 매출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네오이뮨텍은 엔플레이트와 비슷하게 독보적인 효능을 가진 치료제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ARS 치료제 상용화 시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네오이뮨텍은 핵심 파이프라인 ‘NT-I7’을 기반으로 림프구 회복 효능이 있는 ARS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러한 림프구 회복제는 현재까지 없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사실상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엔플레이트도 ARS 치료제 중 유일하게 혈소판 치료제로 분류되고 있다. 네오이뮨텍은 앞서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지난 8월 설치류 실험을 완료했다. 현재 진행 중인 영장류 시험은 정부와 함께 하는 사업 과제는 아니다.

다만 ARS 의약품이 연간 1000억원 대 규모로 계약하지는 않으며, 통상 3년으로 알려진 계약이 한 차례 만료된 후 곧바로 계약 갱신이 ‘보장’되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의약품의 중요도 등에 따라 계약 금액은 다르며, 3년 후 재구매가 될 수 있지는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 세계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승인을 받은 ARS 치료제는 총 4개인데, 이들 모두 국가 전략 물자로 등록돼 있으나 계약이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들 의약품 중 하나인 ‘류카인’을 보유한 파트너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예상 연 매출이 500억원 대다. 국가 전략 물자로 분류 된다고 해서 무조건 연 매출 1000억원이 보장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네오이뮨텍 관계자는 “엔플레이트의 구체적인 1회 치료 비용 등 내용은 언급되지 않아서 현재 매출은 추정치이다”며 “암젠의 엔플레이트가 유일한 치료제라는 점이 우리의 림프구 치료제와 동일해서 그렇게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가장 참고할만한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여도 경쟁력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기존에 없던 중증 방사선증후군을 타깃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점, 간편한 경구제형이라는 점에서 경쟁력 있다는 입장이다.

ARS 치료제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H-ARS, GI-ARS, CNS-ARS로 분류된다. 현재 상용화된 치료제들은 대부분 H-ARS이며, 네오이뮨텍 치료제도 여기에 속한다. 가장 중증인 CNS-ARS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단계로 알려진다. 이런 점에서 네오이뮨텍은 GI-ARS를 개발하는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주력 파이프라인 ‘EC-18’을 기반으로 한 ARS 치료제 비임상시험 결과 방사선 조사에 의한 위장관계 손상에 효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EC-18은 방사선 전신피폭으로 유도한 급성방사선증후군 마우스 모델에서 생존율 향상을 비롯해 위장관 조직의 손상 회복, 장 상피세포의 재생 촉진 및 장 흡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상용화 단계를 위한 영장류 시험을 NIAID와 피폭실험 위탁수행 전문기관 SRI와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GI-ARS 치료제는 현재 없기 때문에 NIAID 측에서도 우리가 연구해 놓은 전임상 데이터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 영장류 시험에 돌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