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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윤 전 대통령은 ‘반지성주의’를 타파하고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로 대면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며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의 취임사 외에도 눈길을 끄는 몇몇 장면들이 있었다. 취임식 앞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다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를 해 좌천당했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때도 박 전 대통령 수사에 관여한 인물이 윤 전 대통령이다.
10일 0시를 기점으로 청와대를 74년 만에 전면 개방하는 장면도 취임식장에서 생중계됐다. 청와대 개방을 위해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중 서둘러 청와대에서 이사를 해야 했다.
이밖에 윤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국회 인근에 ‘무지개’가 뜨고,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 햇무리가 떠 이러한 기상 현상이 소소하게 화제가 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취임식에 뜬 무지개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보수 대통령으로서 윤 전 대통령의 활약을 기대했다.
다만 2년 6개월 뒤 그의 선택은 ‘비상 계엄 선포’였다. 취임식 일성에서 ‘반지성주의’를 멀리하고 ‘법치주의’를 강조하던 그는, 극우 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불법적인 계엄 선포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는 결말을 맞았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취임 후 대통령으로 처음 한 업무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서명하고 이를 국회로 송부하는 일이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7명 임명안에도 결재하면서 ‘윤석열 내각’을 부분적으로 출범시켰다.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를 대단히 신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를 맡았던 한 전 총리는 한 번도 교체되지 않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재임기간이 가장 긴 ‘최장수 총리’가 됐다. 한 전 총리 이전에 최장수 총리는 이낙연 전 총리로 문재인 정부 당시 958일을 국무총리로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