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그해 오늘] “자녀 살해 후 미용실은 왜”…친모의 기이한 행적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남소연 기자I 2026.09.23 00:00:04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경매 넘어간 여행가방서 남매 시신 발견
친모, 범행 뒤 한국으로 도피해 울산서 검거
살인 혐의 유죄 인정돼 종신형

[이데일리 남소연 기자] 1년 전 오늘,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에서 12명의 배심원단이 한 엄마에게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피고인은 한국계 뉴질랜드인 이모씨. 뉴질랜드에서 9살 딸과 6살 아들을 숨지게 한 뒤 아이들의 시신을 여행가방에 넣어 창고에 수년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이었다.

평결 당시 이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은 법정에는 숨진 두 아이를 안타까워하는 방청객들의 한숨과 흐느낌만 이어졌다.

어린 두 자녀를 살해해 여행가방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뉴질랜드 시민권자 한국 여성이 지난해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있다.(사진=AP/뉴시스)
어린 두 자녀를 살해해 여행가방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뉴질랜드 시민권자 한국 여성이 지난해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있다.(사진=AP/뉴시스)
사건의 전말은 2022년 8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한 보관창고 물품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이씨가 창고 보관료를 내지 못하면서 안에 있던 물품이 경매에 부쳐졌고, 이를 낙찰받은 현지 주민이 집으로 가져온 여행가방 속에서 심하게 부패한 어린아이 2명의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수사에 착수한 뉴질랜드 현지 경찰은 아이들이 과거 오클랜드 지역 초등학교에 다녔던 남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망 시점은 2018년께로 추정했고, 친모인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당시 이씨는 이미 한국으로 도피한 상태였다. 한국 경찰은 뉴질랜드 경찰의 공조 요청을 받아 그해 9월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이씨를 체포했다.

이때만 해도 이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검거된 이씨의 모습은 국내 취재진에게도 포착됐는데, ‘자녀를 왜 살해했나’, ‘창고에 왜 유기했나’, ‘혐의를 인정하나’라는 질문에 이씨는 비교적 담담한 목소리로 “안 했어요”라고만 답했다.

같은 해 11월 이씨는 뉴질랜드로 송환돼 재판에 넘겨졌다.

뉴질랜드 경찰 당국은 한 가족이 온라인 창고 경매를 통해 구매한 가방 두 개에서 어린이 시신 두 구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사진=AP연합뉴스)
뉴질랜드 경찰 당국은 한 가족이 온라인 창고 경매를 통해 구매한 가방 두 개에서 어린이 시신 두 구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사진=AP연합뉴스)
뉴질랜드에서 어린 남매를 살해한 뒤 가방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 엄마. (사진=연합뉴스)
뉴질랜드에서 어린 남매를 살해한 뒤 가방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 엄마. (사진=연합뉴스)
재판이 시작되자, 사건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충격적인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인 뉴질랜드헤럴드(NZ Herald)에 따르면, 범행을 전면 부인하던 이씨는 두 아이에게 약물을 탄 음료를 먹여 숨지게 하고 시신을 여행가방에 넣어 창고에 보관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이씨 측은 남편이 암 투병 끝에 사망한 뒤 이씨가 심각한 정신질환 상태였으며, 당시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논리를 폈다.

또 이씨는 남편의 죽음 이후 ‘온 가족이 함께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항우울제를 먹였으며, 자신 역시 같은 약을 먹었지만 복용량을 잘못 계산해 혼자 살아남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검찰이 법정에서 제시한 범행 전후 이씨의 모습은 이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이씨는 아이들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날 테이프와 쓰레기봉투를 구매한 데 이어 자물쇠와 비닐봉지 등을 추가로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명 절차를 밟거나 이해하기 힘든 소비를 하는 등 수상한 행적도 확인됐다. 특히 두 아이가 숨진 뒤 한국으로 떠나기 전 한 달 동안에는 미용실을 찾고 레이저 시술과 네일 관리 등을 받으며 외모 관리에 상당한 금액을 지출했다는 법정 증언도 나왔다.

뉴질랜드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씨가 심각한 정신질환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기보다는 아이들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하고 이를 은폐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배심원단은 2025년 9월 23일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두 달 뒤인 11월 26일,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이씨에게 최소 17년간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을 선고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살인죄가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종신형이 선고되며,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시점을 최소 10년 이상으로 정한다.

재판부는 “이씨의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이후 그녀의 정신 건강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는 계획된 범죄였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형량에 불복해 항소했고, 지난달 그 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 항소법원은 원심과 달리 이씨가 범행 당시 겪고 있던 정신질환을 범행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해, 가석방이 불가능한 최소 기간을 17년에서 10년으로 줄였다.

다만, 어린 두 자녀를 살해한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해 종신형 자체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