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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은 휴식없이 너무 많은 일을 하거나 업무가 과중할 때 정신적으로 지치게 되는 현상이다. 오늘날 전자 의료 기록(EMR)의 도입으로 진료할 때 환자의 얼굴을 보기보다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대화내용을 기록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로 인해 환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방사선 영상을 볼 수 있어 하루 24시간 진료가 가능하게 되어 의사 자신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 EMR을 사용하면 여러 위치에서 환자와 의료진과 효과적인 의사 소통이가능하지만 시간이 많이걸려 환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단점도 있다.
10시간이 넘는 수술이 많은 신경외과 뇌수술은 인간이 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넘기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심한 번아웃을 느끼게 된다. 이런 장기간의 수술이 많아지면 질수록 만성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인지능력도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은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한다. 남의 몸에 칼을 대는 것은 한치의 오차없이 완벽을 추구해야 하므로 자신의 컨디션을 항상 좋게 유지해야 하며, 건강관리도 남다르게 해야 수많은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다.
이번에는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수술하면서 같이 수술에 참여하는 전공의나 참관하러온 학생들에게 가끔씩 물어본다.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아는 것은 외과의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독수리의 날카로운 눈, 사자와 같은 강인한 심장 그리고 여성과 같은 섬세한 손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상당히 중요한 말이지만 이런 것을 매 수술 마다 유지하려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세번째 중요한 것은 기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신이 아니므로 별탈없이 무사히 수술이 종료될 수 있도록 마음으로 바라는 것인데 사실은 종교가 없는 의사라도 신이 있는 것처럼 믿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이렇게 하나둘씩 수술의 경험이 쌓이게 되면 ‘기(氣)’가 세진다. 기가 세지면 어려운 수술도 잘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큰 뇌종양이 혈관과 신경을 감싸고 있을 때 수술자의 좋은 기운으로 종양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기’는 경험과 노력과 열정 그리고 지속적인 학문에 대한 노력을 통한 해박한 지식을 통해서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만약 이런 것들이 없는 상태에서는 좋은 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국 연수 시절에 만난 교수님은 이것을 영어로 ‘battle of Qi’ 라고 표현하였는데 동, 서양이 생각하는 것은 비슷한 듯하다.
수술은 혼자 할 수 없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수술자의 좋은 컨디션과 기도 중요하지만 수술 팀 전체의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건강과 웰빙을 돌보고 정신적 탈진을 피하는 것이 환자와 자신에게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