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석 네오이뮨텍 대표 "ARS 치료제 내년 미국 상용화"

석지헌 기자I 2025.01.17 09:30:55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통계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시험 사전미팅(Pre-IND 미팅)을 한 기업은 하지 않은 곳보다 신약 승인 기간이 평균 5년 더 빨랐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저 또한 FDA 출신인 만큼, 의약품 승인 과정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FDA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빠르게 상업화에 성공하겠습니다.”

오윤석 네오이뮨텍 대표가 지난 8일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제공= 네오이뮨텍)
오윤석 네오이뮨텍(950220) 대표는 지난 8일 이데일리와 만나 “다음 달 초 FDA와 급성 방사선 증후군 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타입 C미팅을 계획 중”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타입 C미팅은 신약 개발사 요청에 따라 FDA와 진행하는 비정례 성격 회의로, 개발 및 허가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논의하는 공식 절차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오 대표는 FDA의 임상·면역 약리학 부서 등에서 6년 이상 신약 허가와 승인 업무를 담당한 규제·약물 개발 전문가다.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 규제 개발 담당 상무이사를 거쳐 네오이뮨텍에 합류했다.

그리고 미국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ID)와 협약을 맺었던 건은 설치류 실험에 대한 내용으로, 작년에 실험이 완료되어 이 협약은 종료되었습니다. 이번 마지막 실험은 네오이뮨텍이 직접 미국의 CRO와 계약하여 진행하는 건입니다.

오 대표는 취임 전부터 네오이뮨텍이 보유한 것 중 가장 상용화 단계에 가까운 파이프라인을 찾았고, 그 파이프라인이 현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급성 방사선 증후군(ARS) 치료제다. 그 동안 네오이뮨텍은 주로 핵심 파이프라인인 ‘NT-I7’의 기술이전에 주력해 왔으나, 계약 상대방의 여건이나 사정 등에 따른 변수로 빅딜을 성사시키진 못한 바 있다. 하지만 오 대표 취임을 계기로 네오이뮨텍은 신약 자체 상용화를 통해 발생한 매출로 연구와 임상비용의 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틀었다.

현재 네오이뮨텍의 NT-I7 기반 ARS 림프구 치료제는 2026년 미국 상용화를 목표로 빠르게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ARS는 단시간에 대량의 방사선에 노출될 때 발생하며, 면역 체계와 골수를 심각하게 손상시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다. ARS 발생률은 높지 않으나, 미국 정부로부터 오는 수요는 꾸준하다. 미국 연방정부가 ARS 치료제 등을 국가 전략 물자로 비축해두고 있어서다. 의약품을 다 쓰지 않아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 후 다시 채워놔야 하는 구조다.

네오이뮨텍도 최근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실험에 돌입했다. 방사선이나 탄저균과 같이 생물무기 관련 질환 치료제는 윤리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을 할 수 없다. 대신 두 가지 이상의 동물종에서 효능을 입증해 품목허가를 받는다.

네오이뮨텍은 지난해 8월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동물실험을 마쳤으며, 최근 시작한 영장류 실험만 마치면 상용화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총 실험 기간은 약 1년 정도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두 차례 동물 실험만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상업화의 시점이 다른 치료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설명이다. 설치류 시험의 경우 488마리 쥐를 대상으로 약물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대량의 방사선 피복후 NT-I7을 투여받은 실험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T세포 회복이 관찰됐으며, ‘생존율 증가 가능성’을 보이는 결과를 확인했다. 네오이뮨텍은 영장류 실험에 대한 중간 결과는 오는 3분기 발표할 예정이다.

네오이뮨텍은 ARS 치료제 상용화 시 연간 1000억원 가량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기존 ARS 치료제 상용화해 미국 정부에 납품하고 있는 암젠의 사례를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암젠은 지난 2022년 10월 미국 복지부와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엔플레이트’를 ARS 치료제로 구매하는 계약을 2억9000달러(약 3700억원) 규모로 체결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략 물자 구매는 3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 시 연간 1000억원 수준의 매출이 보장되는 셈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미 상용화된 ARS 치료제는 있으나, 림프구 회복제는 없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사실상 유일하다.

오 대표는 “방사선에 피폭되면 여러 면역세포들 수치가 낮아진다. 우리는 암젠이 하지 못하는 림프구를 증폭시키는 약물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은 보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네오이뮨텍은 ARS 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하면 항암제 등으로 NT-I7에 대한 적응증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오 대표는 “품목허가를 받고 이미 상용화된 의약품의 적응증을 확장하는 임상은 기존 임상시험보다 한결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며 “상용화된 의약품이라는 인식이 있어 임상 환자 모집이 용이해지며, 임상 규모도 승인 기관과 논의를 통해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등 유리한 조건들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재무구조 측면에서 봐도 ARS 치료제 상용화는 시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3월 상장 당시만 해도 네오이뮨텍의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1765억원이었다. 하지만 상장 후 미국 임상 비용 등 연구개발비 지출이 이어지면서 2023년까지 매년 5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네오이뮨텍의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502억원(현금및현금성자산 382억원, 전환사채발행금액 120억원을 합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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