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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에 미소짓는 ‘수출 역군’ 의료기기업체들

김새미 기자I 2025.01.21 09:07:56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달러 강세가 장기화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의료기기업체들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강달러로 인해 실적이 증가하는 수혜를 입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데일리는 국내 의료기기업체 중 해외 매출 비중이 30% 이상인 업체들을 추려봤다. 수출 비중이 높은 의료기기업체들로는 미용의료기기 업체와 임플란트, 치과용 영상 진단기기 등 치과의료기기, 진단시약·장비 등을 생산하는 진단업체 등이 포진해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K뷰티’로 수출 나선 미용의료기기업체들, 강달러에 ‘미소’

미용의료기기업체들은 강달러로 이익률 상승 등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용의료기기업체들의 경우 국내 중심으로 재료 수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다른 업종에 비해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개선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용의료기기업체들은 2022년 3분기에 고환율 덕에 일제히 매출이 상승했다.

클래시스(214150)의 경우 지난해 10월 비침습 모노폴라 고주파(RF) 장비 ‘볼뉴머’의 미국 출시에 따라 미국 매출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에는 유럽에 ‘슈링크 유니버스’와 ‘볼뉴머 CE-MDR’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 진출과 함께 강달러 수혜도 누릴지 기대되는 국면이다.

필러, 보툴리눔 톡신 등을 판매 중인 업체 중에선 휴젤(145020)이 올해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강달러 수혜를 전폭적으로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휴젤의 미국향 선적이 부재해 고환율로 인한 수혜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의 미국 론칭은 올해 1분기 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론칭 이후 미국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휴젤의 수출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고환율 기조가 더해지면 휴젤의 이익률 상승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휴젤 관계자는 “미국에서 실제로 론칭하고 판매가 잘 되면 추가 선적이 일어날 것이고 그 때 고환율 기조가 유지되면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킨부스터의 원조’로 불리는 ‘리쥬란’으로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파마리서치(214450)도 해외 진출을 더욱 본격화하면서 고환율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4년 글로벌 1위 스킨부스터에 등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2025년에도 리쥬란의 판매허가 지역에서의 침투율 확대와 신규 판매허가 획득 지역 확대로 사상 최대 분기실적 경신 릴레이를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단업체도 고환율 덕 볼까…덴탈업계는 환율 수혜 기대감 낮아

진단시약이나 진단장비 등을 다루는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도 고환율 덕을 볼 것으로 예측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는 2022년 3분기 달러 강세 덕에 영업이익 증가 폭에 비해 순이익이 급증한 바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2022년 3분기 영업이익이 29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순이익은 4217억원으로 67.1% 급증했다. 고환율 덕에 같은 기간 외환차익과 외화환산이익이 급증하면서 거둔 특수다. 반면 외환차손과 외화환산손실은 143.3% 증가했지만 30억원에 불과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진단업체 관계자는 “진단업체들도 수출 수입 비중이 회사마다 다르니까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환율 덕을 본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스템임플란트(048260), 덴티움(145720), 바텍(043150) 등 치과 의료기기업체들은 강달러 수혜 폭이 예상보다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치과 의료기기 특성상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원재료 비중이 높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수입에 따른 부담도 늘게 된다. 여기에 업황 부진이 겹치면서 환율보다는 경기에 따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임플란트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입해야 하는 재료들이 있다 보니 환율이 오르면 제조원가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환율로 인한 수혜만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치과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의료기기에 대한 투자가 신중해지는 것 같다”며 “환율 이슈만으로 실적 증감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선 원화 약세에 따라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호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용의료기기 업종에 거는 기대가 컸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에 따라 의료기기 섹터의 호실적이 기대된다”며 “연초 글로벌 메디컬 에스테틱 업종 가이던스는 성장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에도 견조한 성장을 보일 메디컬 에스테틱 업종에 대한 선호 의견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주요 톡신, 필러, 미용의료기기 기업은 2025년에도 15~20% 외형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들 기업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시장 침투율이 낮고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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