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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딸’ 이불로 덮어두고 아빠는 태연히 짜장면을 먹었다[그해 오늘]

이로원 기자I 2025.03.17 00:00:22

여중생 딸 폭행해 사망케 한 목사 부부
“기도하면 살아날 것” 1년 가까이 시신 방치
친부 징역 20년·계모 15년 확정…대법 “가혹한 학대”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신학대 겸임 교수인 현직 목사가 계모와 함께 여중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방에 1년 가까이 방치한 이 끔찍한 사건은 2015년 3월 17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5시 30분께부터 목사인 A(47)씨와 계모 B(40)씨는 중학교 1학년이던 딸 C양(사망 당시 12세)을 잠재우지 않은 채 7시간 동안 집 거실에서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C양이 교회 헌금을 훔치고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여중생 C양이 숨진 뒤 11개월 동안 방치돼 온 집. A씨는 시신이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를 줄이기 위해 집 안 곳곳에 방향제(원 안)를 놓아뒀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반복적인 폭행 이후에 C양이 집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상의를 벗기고 팬티만 입힌 채로 난방이 없는 방에서 자도록 했다. 이들 부부는 장시간 폭행으로 배가 고팠는지 태연하게 자장면을 시켜먹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C양을 깨우려고 했지만, C양의 몸은 굳어 있었고 이들 부부는 즉각 119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C양은 결국 숨졌고 A씨는 숨진 딸을 이불로 덮어 방치했다. 그러다가 냄새가 나자 방향제를 뿌리기까지 했다.

A씨와 B씨는 딸이 숨진 상태에서 열흘이 지난 2015년 3월 31일 C양을 미귀가자로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C양의 가출이 잦았던 점을 토대로 단순 미귀가자로 판단했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다음해 1월 C양의 친구를 만나 작년 3월 C양의 가출 당시 몸에서 멍 자국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C양 친구가 “지난해 3월 15일쯤 가출 직후 C양을 만났을 때 종아리와 손에 멍 자국이 있었다. 물어보니 ‘전날 맞았다’고 말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 경찰은 이를 토대로 C양이 범죄와 관련된 실종된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C양의 시신은 2016년 2월 3일 경찰이 A씨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C양이 자던 방에서 그대로 이불에 덮인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A씨와 B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전처가 암으로 2007년 사망하자 현재 아내와 2012년부터 함께 살았으며, 숨진 C양을 제외한 다른 자녀는 사건 발생 당시 함께 살지 않아 시신이 방치된 집에는 부부만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시신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기도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1심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4년, B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20년, B씨에게 징역 15년 등 검찰 구형량보다 높게 선고했다.

이후 이들 부부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2심에서도 똑같이 징역 20년과 1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또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딸은 가장 사랑하던 사람인 아버지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받았다. 1심이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것은 수긍할 수 있다. 양형이 무겁다는 피고인 측 항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목사 부부는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종교적 이유로 딸을 방치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과연 그것이 옳은 종교적 신념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2016년 11월 24일 대법원 역시 이들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하면서 A씨는 20년, B씨는 15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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