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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상 대령이요"~ 왕의 다섯끼를 맛보다[미식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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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 기자I 2026.09.18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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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상인이 함께 차려낸 '세종오식'
숯불 연기 없이 깔끔하게 담아낸 석갈비
100년 복숭아와 백경 밀누룩의 조화
3만원 들고 장터 골목 훑은 수라상 체험
낡은 카페서 차 한잔에 이야기까지 풍성

[세종특별자치시=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세종시 연서면 도신고복로. 고복저수지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도로 위로 한낮의 햇살이 비친다. 웅장한 정부청사 구역을 지나 서쪽 외곽으로 15분 남짓 달리자 풍경은 이내 조용한 시골 길목으로 바뀐다.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향토음식이나 도시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상징적인 메뉴가 없는 세종에서, 세종시와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은 다른 방식으로 밥상을 구성했다. 굳이 오래된 내력을 만드느라 애쓰지 않고 지역 농산물과 청년 창업가, 전통시장 상인들의 음식을 엮은 1박 2일 미식 여행 프로그램 ‘세종오식’이다. 오는 19일 첫 손님을 맞이하기에 앞서 그 동선을 먼저 따라 걸었다.

산장가든의 석갈비 차림. 노릇하게 구운 돼지갈비와 곁들임 반찬이 식탁에 올랐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산장가든의 석갈비 차림. 노릇하게 구운 돼지갈비와 곁들임 반찬이 식탁에 올랐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점심 첫끼는 고복저수지 들머리에 들어앉은 ‘산장가든’에서 시작했다. 세종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외식 장소로 자주 찾는 식당이다. 주메뉴는 돼지갈비를 숯불에 미리 구워 뜨거운 돌판에 담아내는 ‘석갈비’. 식탁 위에서 연기를 피우며 집게를 바삐 놀릴 필요가 없어 차림새가 깔끔하다.

은은한 숯 향이 스민 달콤한 양념갈비도 젓가락이 바삐 가지만, 고소함 끝에 알싸한 매운맛이 따라붙는 매운 석갈비가 더 잔상을 남긴다. 특제 돌판 덕분에 마지막 한 점까지 온기가 유지된다. 식당 관계자는 “손님들이 고기 굽느라 대화를 놓치지 않게 하려고 옛날부터 숯불에 미리 다 구워 돌판에 올리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고 말했다.

복숭아 피자와 무화과 샐러드, 감바스를 펼쳐 놓은 세종 빠스타스의 식탁. 음식 옆으로 백경증류소의 술병이 놓여 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복숭아 피자와 무화과 샐러드, 감바스를 펼쳐 놓은 세종 빠스타스의 식탁. 음식 옆으로 백경증류소의 술병이 놓여 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어둑해질 무렵 신도시 어진동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로컬 식당 브랜드 ‘빠스타스’는 이한솔 대표가 2016년 8평(26㎡) 남짓한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세종 도심으로 확장한 곳이다. 이곳에서 내놓는 ‘조치원 복숭아 프로슈토 피자’는 특이하다. 100년 넘는 재배 역사를 지닌 조치원 복숭아를 얇게 저며 피자 도우 위에 올렸다. 따뜻하게 익은 복숭아의 단맛과 짭조름한 프로슈토 햄의 맛이 묘하게 맞물린다.

이 피자 곁에는 수입 와인 대신 장군면에 있는 백경증류소의 우리 술이 잔에 채워진다. 정승안 양조사는 “쌀과 백경 밀누룩, 물만 써서 발효시키는데, 인공 단맛을 빼고 화이트 와인처럼 산뜻한 신맛을 끌어올렸다”며 “피자의 치즈나 올리브유가 주는 느끼함을 산미로 잡아주기 때문에 서양 음식과 어울림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알코올 도수 15도의 ‘백경 15 골드’는 단맛이 적고 끝맛이 드라이해 이탈리아 요리의 기름진 기운을 산뜻하게 씻어낸다.

조치원 세종전통시장에서 상인이 닭을 튀기고 있다. 커다란 기름솥 옆으로 갓 튀긴 통닭이 놓여 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조치원 세종전통시장에서 상인이 닭을 튀기고 있다. 커다란 기름솥 옆으로 갓 튀긴 통닭이 놓여 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이튿날 찾아간 조치원 ‘세종전통시장’은 4일과 9일에 서는 오일장날이라 아침부터 장꾼과 손님들로 북적였다. 참가자들에게 온누리상품권 3만 원씩을 주고 직접 먹거리를 사 와 나누어 먹는 ‘수라상’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김밥은 미리 준비해 둘 테니 사 오지 마세요”라는 안내를 받자마자 사람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 골목으로 흩어졌다.

바삭하게 튀겨낸 파닭부터 수제 떡갈비, 만두, 그리고 “밀가루에 땅콩을 넣은 게 아니라 땅콩에 밀가루를 약간 버무려 튀겼다”는 시장 골목 땅콩과자까지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겼다. 옛 조치원 역사 근처에 자리한 레트로 카페 ‘화양연화’의 긴 나무 테이블에 모여 봉지를 풀자 누구 하나 겹치지 않는 풍성한 장터 한 상이 펼쳐졌다. 시장 상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사 온 음식들이라 먹는 재미가 남다르다.

오후가 되자 장터 천막 아래로 주황색 노을빛이 낮게 깔렸다. 조치원 시장을 빠져나와 낡고 빛바랜 간판들이 이어진 옛 읍내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배부름을 밀어냈다. 이름난 명물 한 그릇을 싹 비우고 돌아서는 길과는 다른,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상인들과 청년들의 온기가 섞인 추억의 맛이었다.

‘세종오식’ 참가자들이 세종전통시장에서 골라 온 먹거리로 차린 ‘수라상’. 파닭과 만두, 떡 등 장터 음식이 한 상에 모였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세종오식’ 참가자들이 세종전통시장에서 골라 온 먹거리로 차린 ‘수라상’. 파닭과 만두, 떡 등 장터 음식이 한 상에 모였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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