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의 강제 수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건이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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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은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외압’ 의혹으로 지난 5월 12일 기소된 이 고검장이 공소장을 받아 보기도 전에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같은달 1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해당 보도에 대해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사건의 공소장 범죄 사실 전체가 당사자 측에 송달도 되기 전에 그대로 불법 유출됐다”며 대검찰청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박 장관 지시에 따라 대검은 감찰1·3과와 정보통신과의 3개 부서를 투입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이내 ‘유출 의심 검사’를 10~20명으로 압축했다.
대검 인력이 총동원되는 등 진상 조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유출자가 금방 좁혀져 이를 기초로 한 공수처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3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대검은 유출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감찰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감찰에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진상 조사가 늦어지면서 공수처 수사도 연쇄적으로 늦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공수처는 검찰 자체 조사를 존중하고 중복 수사 우려도 피하자는 취지로 현재 진상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수사는 검찰의 진상 조사 결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다만 검찰의 진상 조사가 언제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진상 조사 과정에서 공소장 열람 명단에 ‘김학의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의 이름은 없고, 오히려 이 고검장 측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점이 변수로 꼽힌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진상 조사 결과 공소장 열람 명단에, 박 장관이 전제했던 정권에 흠집을 내려고 하는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이 고검장 측근이 포함되는 등 애초 예상과는 어긋나면서 검찰이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 내 유출자가 없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과거에도 검찰 내 수사 정보 유출에 대해 유출자를 찾으려고 시도한 사례들이 많지만, 실체가 없던 경우가 대다수”라며 “진상 조사 결과 ‘내부자 유출’이라는 실체가 없어 발표를 미루고 있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법조계에선 진상 조사 결과 특정 유출자가 나온다면, 형사 처벌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 정권이 언론중재법,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 등을 통해 수사 정보 유출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고 있다”며 “만약 유출이 확인될 경우 당연히 형사 처벌까지 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선일)에서 열린 이 고검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고검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고검장 측 변호인단은 “피고인은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 금지에 관여한 바가 없고,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한 보고 절차를 거쳐 업무를 처리했으므로, 안양지청의 수사에 개입할 동기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