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유방암으로 투병하던 아내를 떠나보낸 다음 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나상천 꿈의엔진 대표(54)가 사랑하는 이들을 차례로 잃은 뒤 마주한 세상은 거대한 절벽과도 같았다. 엄마를 잃은 딸아이가 어느 날 물었다. “아빠도 엄마가 하늘나라에 갔잖아. 아빠 마음은 어때?”
같은 아픔을 겪은 딸에게 아빠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결국 도망치듯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2023년과 2024년, 800km에 달하는 순례길을 두 차례 걸으며 그는 도망의 끝은 고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발바닥 물집에 밴드를 붙여주고, 복통에 시달릴 때 약을 건네주던 낯선 이들과 함께 걸으며 “그들의 응원이 나를 완주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어느 멋진 도망’은 그가 딸에게 비로소 건네는 인생의 대답이다. 3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 대표는 “도망은 회피가 아니라 또 다른 극복의 방식”이라며 “가장 힘들 때, 말없이 손을 내밀고 어깨동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길이야말로 아름다운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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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표는 “순례길에서 실제로 만난 인물들의 캐릭터에 픽션을 더했다”며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정리해둔 개별 서사를 소설로 확장해 2주 만에 원고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소설에는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인생의 메시지가 곳곳에 녹아 있다. 혼자 동떨어져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던 대학생 준상이 점차 마음을 열고 이들과 함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나 대표는 “같은 환경이라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행복이 되기도, 고통이 되기도 한다”며 “결국 인생길은 그 선택을 반복하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작품이 전하는 핵심은 ‘연대’다. 나 대표는 “고통에 함몰되면 옆 사람이 보이지 않지만, 나를 보기 시작할 때 비로소 타인이 보인다”며 “소설에서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것도 결국 서로 붙잡고 함께 걸어가는 순간들이었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후반 희곡 작가로 등단한 나 대표는 K팝 기획자로 방향을 틀어 모모랜드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기획과 마케팅을 총괄했다. 현재는 이 소설 원작의 창작 뮤지컬 ‘까미난떼’(순례자)를 제작 중이며, 내년 봄 개막이 목표다. 나 대표는 “기쁨과 슬픔은 늘 함께 온다. 그 감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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