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데일리가 취재한 지난해 12월 8일 울산지방법원 KOK 사건 공판 증인신문 내용에 따르면 당시 법정에 출석한 OTC 업자 황모 씨는 장씨 등과 가상자산을 거래한 과정과 현금 정산 방식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장씨는 2021~2023년 사이 2조5000억원 가량의 가상자산을 예치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 등)를 받는 KOK 사건의 자금세탁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해외로 도주해 인터폴 적색수배자로 지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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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황씨의 직원 최모씨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파악한 거래 내역을 보면 현금화 규모는 약 11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21년 3월 19일부터 4월 29일까지 장씨를 중심으로 이뤄진 거래만 약 627억원으로 파악됐다. 이후 2021년 8월 25일부터 2022년 12월 27일까지 확인된 거래도 61회, 약 494억원 규모다.
장씨와 황씨 사이에서는 대규모 이더리움 거래가 반복됐다. 2021년 3월 19일부터 10월 27일까지 35차례에 걸쳐 이더리움 1만4242개(약 4219만달러)가 거래됐다. 별도로 같은 해 5월부터 11월까지 20차례에 걸쳐 이더리움 5000개, 8월부터 11월까지 9차례에 걸쳐 4200개가 거래된 내역도 제시됐다.
현금화 과정은 장외에서 이뤄졌다. 장씨가 전화나 텔레그램으로 가상자산 매도 의사를 전달하면 황씨가 가상자산을 받을 전자지갑을 지정했다. 장씨가 해당 지갑으로 가상자산을 보내면 최씨가 입금 수량과 당시 거래소 시세를 확인해 황씨에게 보고했다.
가상자산을 받는 데는 최씨 명의 빗썸 계정이나 명동업자 계정 등이 활용됐다. 이후 황씨는 거래소 시세에서 2% 할인한 금액을 산정해 장씨 측에 현금이나 수표로 지급했다. 거래소 시세 기준 100억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넘겼다면 약 98억원을 지급하고 황씨 측이 차액을 가져가는 구조다.
특히 거액의 거래에도 은행 계좌 대신 현금과 수표가 사용됐다. 황씨는 가상자산을 넘겨받은 뒤 자신의 사무실이나 거래 의뢰인의 사무실에서 대금을 직접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가 “계좌 이체로 안 합니까”라고 묻자 황씨는 “본인들이 원하는 게 계좌 이체보다는 그냥 가져가는 걸 원했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이유를 재차 묻자 황씨는 “아마 세금 문제 때문에 그런 걸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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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미신고 가상자산 영업을 처벌하고 있지만 장외에서 현금과 개인 지갑을 이용해 거래할 경우 영업 여부와 범죄 연관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2026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블록체인 네트워크상 자금세탁 규모는 2020년 100억달러에서 지난해 820억달러 이상으로 5년 만에 8배 넘게 증가했다. 고객확인 절차가 없는 비공식 장외거래(OTC)와 개인 간(P2P) 환전 서비스 등은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는 통로로 지목된다.
이에 소규모 환전 영업의 특성과 위험도를 반영한 별도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자산거래소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관리 체계를 환전업자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영업 규모와 위험도에 따라 신고 요건을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환전업자에게 고객확인(KYC), 거래기록 보관, 의심거래보고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미등록·불법 영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장외 자금 흐름도 제도권 안에서 추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석진 코어시큐리티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장(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OTC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거래 방식은 아니지만 범죄자 입장에서는 자금의 출처와 최종 환전자를 숨기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며 “특히 전문 중개업체가 제도권 밖에 있는 경우가 많아 거래 상대방 확인이나 자금세탁 방지 측면에서 통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OTC 거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전문 중개업체의 업무 기준을 명확히 하고 거래 상대방에 대한 고객확인(KYC)을 의무화하는 등 안전한 결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 매매나 중개를 하는 환전업자는 사실상 가상자산사업자와 유사한 업무를 하는 만큼 영업 행위와 위험 수준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추적이 어렵다고 해서 마음 놓고 범죄수익을 은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장외거래를 이용했더라도 지갑 흐름을 계속 추적하면 결국 확인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불법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면서 정상적인 거래는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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