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2기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한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기조로 하는 이른바 트럼피즘은 1기(2017~2021년) 때보다 더욱 강하고 거칠다. 고율 관세가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적어도 수십 건의 행정명령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안보를 넘어 경제 측면에서도 우리가 가장 중시해야 할 나라다. 가만히 앉아서 관세 폭탄을 맞을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재협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미 양국은 2030년까지 적용할 방위비 협상을 타결지었다. 이에 대해 당시 트럼프 후보는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그들은 연간 100억달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인사청문회에서 전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태세를 재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재협상 카드를 우리가 선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대미 무역흑자도 마찬가지다. 미국산 원유·가스 수입을 좀더 늘리면 미국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한미 경협 확대는 트럼프 리스크를 돌파할 최적의 카드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군함 등 조선업 협력을 요청했다. 군함과 상선 건조에서 미국은 중국에 크게 뒤졌다. 이 틈을 경협 파트너 한국이 훌륭하게 메울 수 있다. 이달 초 양국은 ‘원자력 수출·협력 약정’을 맺었다. 코러스(KORUS) 원전 동맹을 통해 두 나라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중국·러시아 세력에 맞설 수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등도 얼마든지 윈윈할 수 있는 분야다.
트럼프 1기 때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도 불구하고 미국발 리스크를 슬기롭게 넘겼다. 다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진행 중인 지금은 국정 공백이 길어질까 걱정이다. 지금으로선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를 통해 과도기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한미 동맹 강화’를 부쩍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정치권이 힘을 보태면 트럼프 리스크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