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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규제덤불 갈수록 기승...이래선 K 엔비디아 못 나온다

논설 위원I 2025.04.21 05:00:00
기업이 느끼는 규제부담이 지난 10년 새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부담 지수(100 기준)는 10년 전 88에서 올해 103으로 높아졌다. 특히 노동과 일선행정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었다. 지난주 대한상의가 ‘지난 10년의 정책평가, 향후 10년의 혁신환경’을 주제로 주최한 온라인 좌담회에서 나온 내용이다. 6·3 대선을 앞두고 장밋빛 청사진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여야 후보들이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기업부담지수(BBI)는 기업이 체감하는 조세, 준조세, 규제, 일선행정부담을 정책평가연구원(PERI)이 수치화한 것이다. 그 결과 노동분야는 105에서 112로 높아졌고, 일선행정부담은 77에서 111로 껑충 뛰었다. 노동 규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야당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불법파업으로 회사가 피해를 봤을 때 노조원 개개인의 책임을 회사가 입증하라는 내용이다. 일선행정부담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한국전력의 간부들이 경기 하남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겠나. 이들은 하남시가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 인허가를 기약 없이 미루자 피켓을 들고 나섰다.

대선 후보들은 100조~200조원대 투자를 내세워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외치고 있다. K-엔디비아, 한국판 팔란티어 같은 말도 나왔다. 미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고, 스타트업 팔란티어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보인다. 우리도 엔비디아·팔란티어 같은 기업을 갖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현실을 보면 탄식부터 나온다. 한국의 텃밭이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마저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비메모리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의 위세에 눌려 뚫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럼에도 국회는 재계가 바라는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조차 반도체특별법에 담지 못하고 있다. 그래놓고 수백조원 투자를 말하니 공허하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미래 세대와의 AI 토크 콘서트’에서 “중국이 AI도 제조업도 모두 한국을 앞서고 있다”며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쫓아가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과장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생사가 규제 완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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