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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지난해 6월 9일이었다. A씨의 전남편인 50대 남성 D씨는 양주시의 한 가정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숨지기 하루 전날 A씨 모녀 등의 폭행을 피해 주택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다시 붙잡힌 뒤 범행에 노출되고 말았다.
A씨 등은 경찰에 신고를 접수하기는 했지만 D씨가 과거 자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가정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들은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라며 살인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수사기관 조사 결과 A씨 등이 범행 동기라고 설명한 갈등 상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이들이 D씨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녹음기를 켜고 “지난 5년간 자녀들을 성추행했다”고 거짓 자백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A씨 등의 범행 목적은 신내림 굿을 위한 돈을 받아내려는 데 있었다. 이들과 D씨는 범행 당시 무속 신앙에 빠져 있었는데 C씨 집에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신내림을 위한 굿을 위해 D씨에게 돈을 요구했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속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건 전날과 당일 집 안팎에서 500회 이상 집단 폭행을 이어갔으며 C씨의 강요 아래 A씨의 자녀들도 합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 만료 기간 전까지도 혐의를 부인했던 A씨 모녀는 경찰의 추궁 끝에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A씨 모녀와 C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넘겼으며 범행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C씨의 남편 등은 불구속 송치했다.
피고인들 “살인 의도 없었다”…검찰 “성추행 누명까지 씌워”
A씨 측은 법정에서 “돈을 뜯어내려는 목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없고 살인 의도를 갖고 폭행하지 않았다”며 C씨는 “강도나 살인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변호인은 결심공판에서 “범행에 이르기 전까지 피해자와 함께 살며 이들 가족이 가정폭력 등 큰 고통 속에 살아왔다”며 강도살인 혐의가 적용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A씨와 C씨를 두고 “살인 범행을 주도하며 돈을 빼앗기 위해 피해자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우고 현재까지도 범행을 반성하지 않은 점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증거와 진술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피고인들이 돈을 빼앗기 위해 폭행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목과 성기 등 치명적인 부위를 500회 이상 가혹하게 폭행하는 등 살해 의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폭행의 핑계로 자녀 성추행 의혹을 들었는데 이 이야기가 등장하게 된 과정이 매우 부자연스럽다”며 “당시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상황 등으로 보면 피고인들의 관심은 오로지 굿 비용이었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C씨에게 무기징역을, B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며 범행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C씨의 남편은 무죄라고 판결했다.
A씨 모녀와 C씨는 중형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