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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한 처절한 추적극[봤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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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6.09.09 0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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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최초 영화화
130분 빈틈없이 밀어붙인 추적의 리듬
허진호 연출로 되짚은 1974년 그날
유해진·박해일·이민호 앙상블 압권

‘봤어영’은 화제의 영화를 직접 보고, 솔직한 감상과 관람 포인트를 전하는 리뷰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탕! 탕! 탕! 탕! … 탕! 탕!’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 전 국민이 지켜보던 생중계 현장에서 영부인 저격 사건이 발생한다. 용의자 문태광(박정민)은 현장에서 체포되고 사건은 빠르게 종결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중부서 경감 박철구(유해진), 신입 기자 한영일(이민호), 동성일보 사회부장 김재환(박해일)은 공식 발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의문과 마주한다.

영화 '암살자(들)'의 한 장면.(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의 한 장면.(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남은 영부인 저격 사건을 처음 영화화한 작품이다. 알려진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날 남겨진 의혹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풀어냈다.

가장 큰 장점은 호흡이다. 전개는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다. 짧고 단단한 호흡으로 추적의 긴장감을 끌고 간다.철구가 현장에서 포착한 의문, 재환이 흩어진 정황에서 찾아내는 연결고리, 영일이 발로 뛰며 확보하는 단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관객 역시 이들의 시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사건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역사라는 사실도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영화의 관심은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그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놓인다. 하나의 사건을 경찰과 기자 등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게 하고, 각자의 정보가 맞물릴 때마다 새로운 의문을 던진다. 아는 이야기를 모르는 이야기처럼 보이게 만드는 힘이다.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배우들의 앙상블은 이 추적극에 속도를 붙인다. 우직하면서도 집요한 유해진, 냉정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박해일, 패기와 에너지로 움직이는 이민호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극을 끌고 간다. 여기에 배성우, 엄지원, 박지환, 박훈, 류혜영, 박해준, 정우성 등 탄탄한 배우들이 곳곳을 채우면서 130분의 러닝타임을 빈틈없이 밀어붙인다.

무엇보다 허진호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다.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당시 인물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의심하고, 왜 끝까지 움직였는지를 촘촘하게 좇는다. 사건 자체의 충격보다 진실을 묻는 사람들의 태도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단순한 역사 재현물을 넘어선다.

영화 '암살자(들)'의 한 장면.(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의 한 장면.(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1974년의 공간을 구현한 미술과 촬영도 몰입을 돕는다. 경축식장과 신문사, 경찰서 등은 과장된 복고풍 대신 실제 당시의 질감을 살리는 데 집중했고, 이는 관객을 사건의 한복판으로 끌어당긴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처럼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순간을 장르적 재미와 결합한 작품을 좋아했다면 ‘암살자(들)’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다. 알고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몰라도 하나의 치밀한 추적극으로 즐길 수 있다.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건을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는 것, 그것이 ‘암살자(들)’의 가장 강한 힘이다. 허진호 감독 연출. 러닝타임 130분. 9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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