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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성과급 잔치도 모자라 파업까지...은행 노조 이래야 하나

논설 위원I 2025.01.20 05:00:00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번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가운데 일부 은행 노조들이 더 많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상급 노조인 금융노조가 산별교섭에서 올해 2.8%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등에 합의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돈을 더 내놓으라는 것이다. 지난해 역대급 이익을 거뒀으니 직원 보상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고금리와 예대금리차 확대 덕에 손쉽게 번 돈을 조금이라도 더 나눠 먹겠다는 태도로 비친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14일 조합원 투표를 실시해 95.6%라는 압도적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난항 중인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성과급 인상을 포함한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에 들어갈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노조는 통상임금의 300%에 해당하는 성과급과 1000만원의 특별격려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파업에 들어갈 경우 6년 만의 파업이다. IBK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27일 노조 설립 52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파업을 벌인 데 이어 2차, 3차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기본급의 250%에 해당하는 특별성과급과 1인당 600만원의 시간외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기본급의 28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책정했고, 우리은행은 복지포인트 방식으로 1인당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은행도 기업이니 이익을 많이 냈다면 직원 보상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은 일반 기업과 달리 정부의 인허가라는 법적 울타리의 보호를 받는 공적 과점 기업이다. 게다가 국내 은행들은 혁신적 금융기법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기보다 예대금리차에 편승하는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 비이자 이익 대 이자 이익의 비율이 1대 9에 육박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익이 많이 늘어난 은행은 대출금리 인하를 포함한 사회 환원에 먼저 나서고, 직원 보상 확대는 그다음에 고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은행원들이 경기침체로 온 국민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성과급 잔치도 모자라 파업까지 벌여야 하나. 자제가 마땅하다. 이자 부담에 허리가 휜 고객들의 따가운 시선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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