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빨래' 과제도 모자라 '키스 후 성기 반응?'...교육현장 왜 이러나

박한나 기자I 2020.05.05 00:15:00

서울 A여고서 성적 수치심 유발하는 설문조사 논란
학부모, 교사파면 요구 등 강경대응
교육부 "성인지감수성 교육 강화 지속추진"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여학생들에게 낸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이상한 과제’를 낸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달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1학년 학생들에게 속옷빨래 과제를 낸 뒤 댓글로 성적 표현 사용논란에 이어 교육자의 성인지감수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공교육 현장에서 이같은 일이 지속 발생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여자고등학교 기술가정 과목 교사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의 문항 일부. (사진=GMW연합)
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에 있는 A여고에서 기술과정 과목을 가르치는 B교사는 최근 학생들의 성적 경험을 묻는 내용을 포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50대 여성인 B교사는 A여고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20일 ‘끌림의 시작 사랑, 가정의 시작 결혼’ 단원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학습과제로 각자의 사랑 유형을 확인하는 설문조사에 답하도록 했다.

50개 문항에는 ‘우리가 처음 키스하거나 볼을 비볐을 때 나는 성기에 뚜렷한 반응(발기, 축축함)이 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가 좋아서 키스를 했다’, ‘나는 매력적인 사람들과 바람피우는 것을 좋아한다’, ‘만일 나의 애인이 다른 사람의 아기를 갖고 있다면 나는 그 아기를 내 자식처럼 키우고 사랑하며 보살펴 줄 것이다’ 등이 있었다.

이런 질문은 성적으로 민감한 내용으로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 이를 수업 과제로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이 진행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자, 학교 측은 가정통신문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다.

A여고는 “해당 설문은 존 앨런 리가 저술한 ‘Colours of Love: An Exploration of the Ways of Loving’의 번역서(사랑의 의미)를 보고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라고 설명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내용이 있어 사과했고 수업에 활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교사에 대한 주의 조치와 사과문 게재를 권고했다. 서울시교육청은 B교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얼마 전 울산의 초등학교 교사가 초등학교 1학년생들에게 자신의 속옷을 세탁하고 사진을 제출케 하고 성적 표현의 댓글을 달아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속옷빨기 숙제로 논란을 빚은 울산 초등학교 1학년 교사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5만명이 참여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울산시교육청은 해당 남교사 A씨를 직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교육청 자체 감사와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A교사에 대한 징계 조치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아이들과 미성년자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교육계가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 안팎의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최근 사회적 우려를 낳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나 과거 학교 내 성폭력 사태 폭로인 ‘스쿨 미투’가 거세게 일면서 성문제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교육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성년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n번방 사건’ 대책과 관련해서는 “사이버 성범죄 포함 성범죄 피해 방지와 가해자에 대한 내용 전반을 교육하고 있다”고 지난달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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