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별이 쏟아져 내리는 하늘. 그 장관을 받아낸 건 낡은 나무 문이고 창이다. 참으로 정겹고 애잔한 풍경이 아닌가. 그런데 시선을 빼앗기고 마음이 뒤흔들린 게 풍경 때문만은 아니지 싶다. 멀리서 볼 땐 그저 잘 그린 한 폭의 그림이던 것이 다가설수록 전혀 다른 형체를 드러내는데. 나뭇결이 생생한 ‘진짜’ 문과 창을 보게 되는 거다. 바로 작가 김덕용(59)이 ‘직조’한 그림이다.
작가는 나무에 켜켜이 덮인 곰삭은 시간을 꺼내는 작업을 한다. 시작은 묵은 가구나 오래된 문짝을 수집하는 일. 그것들을 공들여 깎고 다듬어낸 다음 색을 입힌다. 단청기법으로 칠하기도 하고, 상감기법으로 채우기도 하며, 나전칠기방식으로 자개를 붙이기도 한다.
‘조우-달빛과 별빛’(2020) 역시 그렇게 완성했다. 문·창이 안은, 푸른 밤에 총총 박힌 저 별빛은 자개가 내는 색이고 광이다. 마치 나무의 사연이 차고 넘쳐 하늘까지 파고든 듯하다고 할까. 고목과 자개, 타이틀 그대로 ‘조우’다.
굳이 나무여야 하는 건 나무만이 품어낼 수 있어서란다. 상처를 보듬고 세월을 다독일 줄 아는, 작가는 이를 나무의 ‘덕’(德)이라고 본 모양이다.
2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소울아트스페이스서 여는 개인전 ‘봄-빛과 결’에서 볼 수 있다. 나무에 자개·혼합기법. 100×170㎝. 작가 소장.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